▲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하고 정성스럽게 담아낸 스테이크는 육질이 좋고 풍부한 육즙이 특징이다. 사진/ 박정훈 객원기자 punglyu@hanmail.net
김해가 인구 50만이 넘는 대도시이기는 하지만 외국음식 특히 서양음식을 소개하자면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이를 독자 여러분의 자존심이 상할 수 있다는 위험을 감수하고 보다 직접적으로 표현하면 '수준 차이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물론 김해만 그런 것은 아니다. 서울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한민국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이다.
 
보편적인 한국인의 입맛은 상당히 보수적이다. 따라서 어떤 나라의 음식이건 국내에 소개될 때는 반드시 현지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재료나 조리법은 이국적인 데 반해 맛은 상당히 한국적으로 변한다. 우리가 외국음식이라며 먹는 것들이 대부분 이런 식이다.
 
그나마 익숙한 스파게티를 예로 들어 보자. 제대로 만든 스파게티냐 아니냐를 따질 때는 두 가지를 살핀다. 우선은 면의 삶은 정도를 본다. '알덴테(al dente)'라고 해서 겉은 익었으나 중심 부분은 덜익은 정도를 이상적으로 친다. 다음으로 소스의 농도를 본다. 소스가 면에 충분히 배어 건조할수록 좋다. 소스가 마치 국물처럼 자작하고 면과 소스가 따로 노는 것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이러한 기준은 정통 이태리식 스파게티의 완성도를 가르는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하지만 김해에서 이런 스파게티로 장사하면 십중팔구는 망한다. 면이 덜익었느니 소스가 부족하다느니 하는 고객의 불만이 하루도 끊일 날이 없을 것이다. 유학·출장·관광 등으로 현지 음식을 경험한 사람이 아무리 늘더라도 이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때문에 서양음식을 두고 그 원형에 얼마나 충실히 접근하였느냐를 따져보면 '맛있는 음식점' 혹은 '좋은 음식점'이라 소개할 곳들이 거의 없다. 그렇다고 원형만 고집하고 지역민들의 기호와 입맛을 마냥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서양음식을 파는 음식점을 소개하는 것은 언제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적당한 타협이 필요하다. 해당 업주들 역시 비슷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
 
'패밀리레스토랑'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음식점들이 더러 있다. 가족이 함께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패밀리레스토랑이 될 수 있지만, 주로 서양음식을 파는 유명 브랜드의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을 일컫는 경우가 많다. 스파게티, 피자, 샐러드, 스테이크 등의 다양한 서양음식이 주류를 이룬다. 20~30대 젊은층 혹은 어린 자녀를 둔 가족 고객에게 인기가 높다. 특히나 요즘은 이런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생일파티나 각종 기념일을 치르는 것이 인기다. 그래서 대도시 중심가에서 시작한 패밀리레스토랑은 그 영역을 차츰 지방 중소도시와 근린상업지역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 유명 레스토랑의 스파게티와 견줘 흠잡을 데 없는 인비토의 스파게티. 벤치마킹과 노력의 산물이다.
그런 점에서 아파트를 중심으로 3만 세대에 9만여 명에 가까운 인구가 살고 있는 내외동은 패밀리레스토랑의 더할 나위 없는 입지다. 이미 빕스, 아웃백스테이크, 블랙스미스 등의 업체들이 서로 이웃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다들 외식업계에서는 인지도가 꽤 높은 유명 브랜드다. 그런데 이 틈바구니에서 '인비토'라는 독자 브랜드로 경쟁에 뛰어든 패밀리레스토랑이 있다. 수용 능력이 150석이나 되는 만만찮은 규모다. 하지만 브랜드 인지도, 메뉴 개발 능력, 서비스, 운영 시스템 등에 있어 경쟁 업체보다 처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용케 2년을 버텼다. 단순히 버틴 정도가 아니라 고객들의 반응 역시 호의적이다. 블로거들의 평가에 의하면 맛있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식업계 경험이 많은 경영자가 운영하는 곳이려니 싶어 찾았더니 뜻밖에도 약관 30세의 젊은 대표였다. 전문 요리사 출신도 아니고 외식업계 경험 또한 일천했다. 인비토의 윤치환 대표는 그의 나이 25세 때 사회생활의 첫 출발로 외식업에 뛰어들었다. 치킨집을 열었는데 때와 장소를 잘 고른 덕분에 시쳇말로 '대박'이 났다. 불과 3년 만에 제법 큰 돈을 모았다. 당연히 세상이 만만해 보이고 욕심도 생겼을 터. 있는 돈을 모두 털어 동업 형태로 당시 유행하던 대형 북카페형 맥주전문점을 열기로 했다. 인비토가 북카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공사비가 산더미처럼 늘어나고 업종 선택에도 실패하자 동업 관계는 풍비박산이 나고 빚만 고스란히 떠안는 형국이 됐다.
 
▲ 대형 북카페형 맥주전문점으로 출발한 인비토는 패밀리레스토랑으로 바뀐 뒤에도 실내 인테리어를 그대로 살려 이색적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주저앉기에는 이른 나이고 해결책을 모색하자니 경험이 부족했다. 하지만 이왕에 벌여 놓은 일 어떻게든 수습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 맥주전문점을 패밀리레스토랑으로 전환했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유명 프랜차이즈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으니 인비토만의 이벤트가 필요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피자 무제한 리필'이다. 지금도 인비토에서는 런치세트 외에는 주요리를 주문하면 피자를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이 전략은 매우 탁월한 선택이었다. 짜장면이 먹고 싶어 중국집을 찾았다가 짜장면과 짬뽕 사이에서 고민하는 인간의 욕망은 어찌 보면 본능적이다. 스파게티와 피자를 두고도 똑같은 고민을 하기 마련이다. 하나만 선택하자니 아쉽고 둘 다 선택하자니 가격이 부담스럽다. 인비토의 '피자 무제한 리필'은 이를 단번에 해결해 준다. 무제한 리필이라 해서 결코 허투루 만들지도 않는다. 원가 부담이 있긴 해도 양질의 밀가루와 모조치즈가 아닌 자연산치즈만을 고집한다. 토핑이 넉넉히 들어간 화려한 피자는 아니지만 원재료가 좋으니 담백한 맛이 오히려 매력적이다. 매일 두 가지 종류의 다른 피자를 선보임으로써 다양성도 추구한다. 덕분에 인비토의 인지도는 단번에 수직상승 했다.
 
▲ 페밀리레스토랑 운영 2년여만에 인비토의 인지도가 급상승한 데는 맛과 구성의 전략이 주효했다.
양적으로 고객의 기호를 충족시킨 다음에는 음식의 질에 신경쓰기 시작했다.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생길 때마다 서울과 부산의 유명 레스토랑을 부지런히 다녔다. 이 과정에서 윤 대표는 앞서 언급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꽤 슬기로운 타협점을 찾았다. 본인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맛보다는 김해지역 고객들의 기호에 맞는 맛(현실)을 선택했다. 대신 음식의 담음새와 재료는 이상을 추구했다. 형식은 서울과 부산의 유명 레스토랑의 방식을 적극 벤치마킹하고 직거래 등을 통해 최대한 양질의 재료를 선택했다. 그래서 인비토의 음식은 원형에 가깝다고 할 수는 없어도, 담음새가 정성스럽고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했으며 무엇보다 맛이 뛰어나다. 스파게티는 토마토소스든 크림소스든 면에 소스의 풍미가 충분히 배어 있고, 스테이크의 경우 전처리 과정이 꼼꼼해 육질이 좋고 육즙이 풍부하다.
 
가격 역시 면밀한 고객 분석을 통해 점심은 1만~1만 5천 원대를, 저녁은 1만 5천~3만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음식의 맛과 양 그리고 가격 등에 있어 김해지역 고객의 기호와 수준에 맞는 타협점을 찾아낸 윤 대표는 앞으로 직원교육에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할 계획이다. 지역 맞춤형 패밀리레스토랑을 향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는 그의 모습이 제법 신선하게 느껴진다. 젊은 경영자와 스태프들이 일궈낸 오늘의 인비토도 충분히 만족스럽지만 왠지 앞으로의 모습에 더 기대를 갖게 한다. 모쪼록 김해를 대표할만한 패밀리레스토랑을 향해 선전해 주기를 기원한다.
 

▶메뉴:런치 1만~1만 5천 원, 디너 1만 5천~3만 원
▶위치:김해시 내동 1123-3
▶연락처:055)335-9990





사진=박정훈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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