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미술·음악 등 4년간 170회작품 만들어가는 과정·노력 소개피규어수집가·상동야구장도 등장TV 등 지역 문화예술인 소개 단초부자 조각가 화합의 계기 되기도■ 다양한 장르, 다양한 사람들지금까지 소개한 공간은 모두 170곳이다. 장르별로는 조각 분야(목공, 공예, 석조각) 35회, 미술 분야(서양화, 동양
백일몽을 꾸었다.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조그만 소녀가 갓길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소녀의 얼굴과 목에는 알록달록한 혹들이 붙어 있었다. 소녀가 노란색 혹을 하나 떼어내자 슬픔이 사라졌다. 소녀가 파란색 혹을 떼어내자 고독이 사그라들었다. 소녀가 빨간색 혹을 떼어냈다. 소녀는 더 이상 시린 그리움에 시달리지 않게 되었다.김해의 낮 최
뜨거운 아스팔트의 열기가 정신까지 녹여버릴 듯한 날씨였다. 마른 흙먼지를 맞으며 상동면 장척로 687-30으로 갔다. 도예가 김영성(56) 씨의 '상동요'를 찾아가는 길이었다. 상동요는 흙길과 달리 푸르른 모습이었다. 어른 허리 높이의 울타리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널찍한 정원이 펼쳐졌다. 컹컹 개 짖는 소리가 상동요를 깨웠다.26년 전
복잡한 인간 이해하기 위한 장소 필요해루이제 린저 주인공처럼주체적 존재 의미 만드는 공간 되길 소망저명인사 강의에 골목 독서회까지녹색평론 독자 모임·달달 인문학도 진행에세이 쓰기 모임 결과물로 책 출판 계획녹록지 않은 현실에 허덕일 때 많지만인문학 대표공간 되는 그날까지 힘낼 터'생의 한가운데'는 내동
아이들은 밥을 많이 먹고 나면 배를 통통 두드린다. 우리는 친구가 상심해 있으면 가볍게 그의 어깨를 두드린다. 야유를 하거나 응원을 하고 싶을 때는 탁자를 두드린다. 술잔을 앞에 두고 하루의 피로를 쓸어 담는 직장인들. 한때는 숟가락 젓가락으로 상을 두드리며 흥을 북돋웠다. 나뭇가지와 잎들과 대지를 흔드는 비의 두드림은 또 어떤가. 이처럼 두드림이란 인간이
어느 날, 꿈을 꾸었다. 까만 콩나물 대가리 같은 음계들이 오선지 위에서 춤을 추었다. 그 위로 커다란 손이 하나 나타났다. 그 손은 깃털 달린 만년필로 춤추는 음계들을 오선지에 꾹꾹 눌러 종위 위에 새겼다. 그렇게 해서 한 장의 악보가 완성되었다. 그 악보를 떠올리면서 클래식 작곡가 박규동(52)을 만나러 갔다. 누나 따라 피아노 배우면서 재능 발견 우연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한 선비가 대숲을 걷고 있다. 선선한 바람이 대나무의 허리를 간지럽힌다. 대숲을 지나 얼마를 더 걸어가니 아련하게 매화꽃 향이 난다. 걸음이 걸음을 재촉한다. 선비는 하얀 매화 앞에 섰다. 마음을 다잡고 품에서 붓과 종이를 꺼내 들었다. 종이에 콕, 콕, 콕 여리고 부드러운 꽃잎을 그려 넣는다. 거친 질감으로 꽃나무의 가지를 표현했다.
어두침침한 지하 공간. 쾌쾌한 소파 먼지가 무겁게 날리고 있다. 안개효과를 내는 특수 장비가 희뿌연 연기를 뱉어낸다. 쿨럭, 쿨럭. 습한 공기까지 뒤섞여 있다. 발목 정도 높이의 낮은 무대가 설치되어 있다. 통기타 트리오가 스피커를 양쪽에 두고 앉아 있다.한 소절의 통기타 소리가 울리자 세 사람의 머리 위로 조명이 떨어진다. 통기타 트리오는 7080 노래를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 고이 접어 나빌레라 / 파르나니 깍은머리 박사고깔에 감추우고/ 두볼에 흐르는 빛이 / 정작으로 고아서 서러워라 /…/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 먼 하늘 한개 별빛에 모두오고 / 복사꽃 고운뺨에 아롱질듯 두방울이여 세사에 시달려도 / 번뇌는 별빛이라 /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접어 / 뻗는손이 깊은 마음속 거룩한 / 합
낮고 중후한 목소리는 안정감이 있고 신뢰감을 준다. 힘차고 맑은 목소리는 짙은 호소력이 있다. 높고 앙칼진 목소리도 밝고 명랑한 느낌을 주는 경우가 있다. 모든 사람의 성대는 크기와 폭이 다 다르다. 이 모든 것들을 아울러서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 내는 '바운스합창단'을 찾아갔다. 단원이 연습실로 제공한 사무실서매주 월요일 40~50명 모여 맹연습&ls
누구나 한 번 쯤 석양을 배경으로 멋들어지게 색소폰을 연주하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을 것이다. 색소폰은 그만큼 특유의 감미로움과 애잔함을 자아내는 악기이다. 황금색 외관 때문에 색소폰을 금관악기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실은 '금속으로 된 목관악기'다. 나무로 된 홀 리드(목관악기를 연주할 때 입에 물어 울림을 만들어 내는 도구)를 사용해 소리
낙동강과 남해바다가 만나는 지점에 삼각주가 펼쳐져 있다. 대동면의 길을 달리다가 문득 꼬불꼬불한 좁은 길목을 지나니, 불교조각가 안강수(56)의 작업실 '보광불교조각연구소'가 나타났다. 삼각주처럼 대동면의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안강수의 작업실은 대동면 동북로 31번길에 있었다. 연꽃·거대한 불상 등 사찰 신상 조각전시실 양쪽 벽면
천년 신라의 마지막 왕 경순왕이 고려 왕건에게 맥없이 나라를 넘기자, 화랑 출신이었던 신라의 마지막 왕자 마의태자는 문경새재에서 피눈물을 흘렸다. 그 피눈물이 '진사자기'에 붉은 색으로 맺혔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이렇듯 진사자기는 언뜻 보면 그저 붉음이요, 다시 보면 핏빛이요, 또 다시 보면 부활을 꿈꾸는 불꽃이다. 김해에 진사자기를 처음 도입
김해제일고등학교에 있는 최현정(46) 교사의 작업실을 찾아갔다. 김해제일고로 가려면 언덕을 올라가야 한다. 턱 끝에 차오르는 숨을 간신히 끌어 올릴 즈음 김해제일고 가온갤러리 앞에 설 수 있었다. 가온갤러리가 있는 건물의 3층에 그의 작업실을 겸한 수업 준비실이 있었다. 그 옆은 학생들이 사용하는 미술실이었다. 작은 방 한 칸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크기의 작
호스 끝에서 터져 나온 물줄기가 눈부시게 갈라진다. 물줄기는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더니 흐릿하게 무지개를 만든다. 물줄기가 떨어지는 곳에서 수선화 몇 송이가 목을 축이고 있다. 봄볕은 얼굴을 발그레 붉히며 수선화 꽃잎 위로 따스하게 내려앉는다. 봄날의 오후 시간, 문인화가 여산 조성희(62) 씨가 텃밭에 물을 주고 있었다. 그의 작업실을 방문했다.작업실엔
똑똑~. 낯선 누군가에게 다가갈 때 우리는 문을 두드린다. 한 사물이 다른 사물과 부딪히는 소리는 소리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소리다. 이 소리는 심장을 자극한다. 그래서 타악기들은 심장이 뛰는 소리를 닮은 경우가 많다. 타악기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악기 형태다. 주로 전진을 독려하거나 흥을 돋우는 데 사용된다. 모터싸이클 할리데이비슨의 매력은 엔진
메소드(배우가 극중 배역에 몰입해 그 인물 자체가 되어 연기는 방법)와 나르시시즘의 발현은 거울로부터 시작된다. 맞닿은 발레슈즈가 허공으로 솟구칠 때 무용수는 메소드적 연기에 몰입하는 한편 나르시시즘적 아름다움에 젖어든다. 선율을 따라 들어가 보니 거기에는 그리스신화의 나르키소스가 있었다. 나르키소스는 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에 매료돼 물에 빠져 죽었다. 나
봄비가 대나무 잎을 흔든다. 몸을 파르르 떨며 댓잎이 깨어난다. 희미하게 들려오는 대금 소리. 대밭 한 가운데에 시멘트로 벽을 지어 세운 4층 건물이 서 있다. 대금 소리는 건물 안에서 맴돌다가 창문을 타고 밖으로 새어 나온다. 60대의 한 남자가 건물 안에서 대금을 연주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대금 소리에 취해 방문객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다. 내동 사거리
평일 오전 10시. 누군가는 사무실에서 하루 일과의 첫 페이지를 저만치 넘기고 있을 시간이다. 다른 누군가는 어깨에 매달린 아침 잠 탓에 여전히 몽롱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시간이다. 또 다른 누군가는 가족의 출근과 등교를 후원한 뒤 늦은 아침을 먹을 시간이다. 카메라를 챙겨 든 다음, 부원역에서 한적한 경전철을 타고 가다 박물관역에서 내렸다. 김
해반천에서 청둥오리 한 쌍이 연애질에 한창이다. 봄이 다가왔으니 탓할 일도 아니다. 청둥오리들만이 아니다. 잔잔한 물결, 상쾌한 바람 한 점. 한껏 마음을 풀어놓고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해반천은 남녀의 데이트 장소로도 안성맞춤이다. 해반천 옆 구산동 일대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주택가였다. 연지공원이 조성되고 해반천변이 정비되면서 식당, 커피점, 찻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