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진영역철도박물관에서 2월 말까지 마을활동가 고지현 씨가 기획한 '진영 마을이야기' 전시가 진행된다. 사진은 전시장 모습.  이현동 기자

 

동구1마을·중구2마을 걸친 안심골목길
 30년간 인구 60% 감소 우범지역 지정

 마을의 역사와 현실, 주민 목소리 담은
'진영 마을 이야기' 전시회 한달간 개최
 스무고개 콘셉트로 지역 이야기 엿봬


"너희 동네에 '도깨비 골목'이 있다고 하던데. 그게 뭔지 알아?"
 

 

김해 진영읍에 거주하는 마을 활동가 고지현 씨는 질문을 받고 적잖이 당황했다. 그동안 지역에서 다양한 문화 활동을 기획하고 또 참여해오면서 진영에 대한 것이라면 모르는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도깨비 골목이라는 이름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2월 한 달간 진영역철도박물관에서 진행되는 '진영 마을이야기' 전시는 이렇게 시작됐다. 도깨비 골목이 대체 어디에 있으며,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등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던 고 씨는 진영 동구마을의 역사와 현실을 마주하면서 이 마을이 품고 있는 기억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다짐했다. 
 
도깨비 골목은 진영읍 동구1마을과 중구2마을에 걸쳐 조성돼 있는 '안심골목길'이다. 범죄예방 환경설계기법(셉테드·CPTED)이 도입된 사업이며 정식 명칭은 '깨비길'이다. 귀신의 일종인 도깨비는 사람을 홀리거나 짓궂은 장난을 치는 등 대체로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식돼 있지만 민간 설화나 동화에서는 가난하고 착한 사람을 잘 도와주는, 시골 아저씨와 같은 모습으로도 묘사되곤 한다. 도깨비라는 캐릭터가 범죄예방사업에 도입된 이유다. 
 
그러나 고 씨는 동구마을에 이런 사업이 시행된 이유, 이곳이 가진 씁쓸한 역사에 주목했다. 그에 따르면 1970년대 동구마을은 진영의 원도심 지역이었다. 일제강점기때 진영역이 생기면서 시장이 형성됐고 상인들이 터를 잡으면서 마을도 성장했다. 갈비집이 70~80개나 있었을 만큼 마을은 활기가 넘쳤으며 김해 명물 중 하나인 '진영갈비'가 이곳에서 유행했다. 
 
인구가 많다보니 마을의 발전을 위해 1986년에는 마을이 동구1마을과 동구2마을로 분리가 됐다. 당시 1마을의 인구는 430명, 2마을의 인구는 554명으로 1000명 가까운 주민이 동구마을에 살았다.
 
그러나 기차역이 지역 외부로 옮겨가면서 마을은 발전동력을 잃었다. 김해 곳곳에 도시화가 이뤄지면서 동구마을의 인구는 꾸준히 줄어왔고 마을에는 폐가가 점차 늘어났다. 지난해 4월 기준 동구1마을은 142명, 동구2마을에는 246명만이 거주하고 있다. 약 30년 만에 60% 정도의 인구가 감소하게 된 것이다. 결국 동구마을은 우범지역으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고 씨는 "진영에서 가장 생기가 넘쳤던 마을이 도시화를 이겨내지 못하고 쇠락한 모습이 안타까웠다. 마을 활동가로서 이곳에 묻어있는 기억과 추억, 주민들의 삶을 서둘러 기록하고 보존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그가 기획한 이번 전시에는 동구마을에 대한 이야기와 역사, 주민들의 목소리 등이 담겼다. '스무고개'를 콘셉트로 잡아 마을의 20가지 이야기를 정리했다. 동구마을 이야기, 문화 활동·놀이, 깨비길 이야기, 진영시장, 구름다리, 놀당, 진영성당, 오래된 가게, 주민들의 이야기 등이다. 고 씨가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마을 주민들을 만나며 활동해 온 모습을 담은 영상 자료와 '김해마을신문'도 만나볼 수 있다. 
 
고 씨는 "마을에 대한 오래된 기억을 간직하고 계신 분이 많이 생존해있지 않고, 앞으로 더 줄어들 것이다. 더 빨리 마을 조사가 이뤄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며 "비록 인구가 많이 줄었지만 이곳에는 아직 많은 분이 살고 있다. 이분들이 살아온 흔적이 곧 지금의 김해와 진영을 있게 했기에 기록으로 남겨 보존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시민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동구마을의 이야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했다. 

김해뉴스 이현동 기자 hdlee@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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