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 한사랑병원 이대희 부장.

눈깜빡임, 목경련, 헛기침 등 증상
초등생 발생 많고 성인도 나타나
유전적·심리적 요인 등 원인 다양 
일시적 아닐 땐 전문의 도움 필요



초등 2학년 딸을 둔 김 모(36) 씨는 아이 교육에 열성적이다. 아이에게 영어는 물론 최근에는 중국어도 학습시키고 있다. 코로나19로 학원에 갈 수 없는 아이는 인터넷을 통해 외국어를 배우고 있다. 김 씨는 어릴 때부터 외국어를 습득하면 나중에 진학할 때나 사회에 나가 써먹을 수 있기 때문에 조기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아이에게 이상한 버릇이 하나 생겼다. 눈을 자주 깜빡인다는 것이었다. 아이에게 왜 그러냐고 물어도 아이는 자신도 모른다는 거였다. 자주 깜빡이는 것이 걱정돼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은 결과 '틱 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김해 한사랑병원 이대희 부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틱 장애는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근육이 빠른 속도로 리듬감 없이 반복해서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는 장애이다"며 "한 동작만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2가지 이상 동작이 동시에 나타나는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틱 장애는 주로 취학 연령 아이들, 특히 초등학교에 입학한 직후 많이 나타난다. 여자보다 남자에게 3∼4배 많이 나타난다. 초등학교 어린이의 5∼10%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부장은 "증상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속되는 것을 그대로 두면 심해지고, 생활에 지장을 주는 등 자존감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통계에 따르면 소아 틱 장애 환자의 30% 정도는 성인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증상 발견 시에는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우리 아이가 틱 장애?
 
틱 장애는 일부러 하는 것이 아닌데 나타나는 갑작스럽고 빠르며 반복적이고 비율동적인 움직임이나 소리를 말한다. 순간적인 눈깜빡임, 목 경련, 얼굴 찌푸림이나 어깨 으쓱임 등의 운동틱과 헛기침, 꿀꿀거리는 소리, 코로 킁킁거리기, 코웃음치기 같은 음성틱이 있다. 
 
틱 장애에서 가장 흔한 초기 증상은 안면 틱으로, 특히 눈에 나타나는 틱 증상이다. 초기에는 일시적인 틱 증상이 나타났다가 없어지고 다른 부위의 틱이 나타나는 양상을 반복하다가 점점 지속적인 틱 증상으로 나타난다.
 
음성틱은 운동틱보다 약간 더 늦은 나이에 생기는 경향이 있다. 틱 증상이 1년 이상 만성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를 만성 틱 장애라고 하며, 그 중에서도 운동틱과 음성틱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를 '뚜렛 증후군'이라고 한다. '뚜렛증후군'은 학습장애·우울증 등 심리 문제가 동반될 수 있으며, 성인이 돼서도 틱 장애 증상이 나타나는 '성인 틱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틱 장애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나 강박장애와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원인은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의학계는 유전적 요인·뇌 손상·호르몬 문제·세균감염·심리적 요인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엄격한 가정교육이나 억압, 스트레스 등도 원인으로 추정된다. 
 
이 부장은 "틱 장애를 잘 모르는 많은 부모들은 아이에게 처음 증상이 나타나면 단순한 버릇으로 여겨 혼을 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럴 경우 아이들은 오히려 더 신경을 쓰게 되고 스트레스를 받게 돼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며 "아이에게 이상한 증상이 발견된다면 혹시 틱 장애가 아닌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치료해야 하나?
 
틱 장애 증상을 보인다고 해서 무조건 치료받을 필요는 없다. 또 소아·청소년 틱 장애의 경우 30% 정도는 1년 이내에 증상이 저절로 사라진다. 다만, 아이에게 틱 장애 증상이 나타났다면 부모가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부모가 아이의 행동을 지나치게 억제하면 오히려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틱 장애는 심리적인 영향을 받으므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증상이 악화한다.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편한 마음을 갖도록 도와야 한다. 부모·선생님 등 주변 사람들이 아이의 틱 증상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말고, 평소 아이가 충분한 놀이·휴식 시간을 갖도록 해주는 게 좋다. 
 
만일 틱 장애의 다양한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1년 이상 증상이 지속될 경우는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욕을 하거나 자신을 때리는 것처럼 일상적이지 않은 증상으로 나타나거나, 틱 장애 때문에 학업이나 친구 관계 등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초기부터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는 도파민을 차단하는 약물을 주로 쓴다. 도파민은 신경전달물질의 하나로 세포의 흥분을 전달하는데, 항정신병 약물이 도파민의 과도한 기능을 막아 아이의 행동을 완화한다. 
 
보통 12~18개월간 복용한 뒤에 양을 서서히 줄여 나간다. 치료 효과가 커서 대부분 호전된다. 
 
인지행동치료도 시행한다. 인지행동치료는 틱 전조 증상을 스스로 느끼게 한 뒤 인위적으로 행동을 제어하도록 훈련시킨다. 예컨대 습관적인 소리를 내기 전에 입이 간지러우면 '그럴 때마다 침을 삼켜서 소리를 막으라'는 식이다.
 
이 부장은 "아이의 이상 증상이 일시적이 현상이 아니고 지속되거나 심해질 경우에는 아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심리 상태 등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며 "긴장감을 완화시켜주는 것이 치료의 최우선 원칙이기 때문에 가족과 주변사람들의 적절한 관심과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이경민 기자 min@gimhaenews.co.kr 
도움말  = 김해 한사랑병원 이대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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