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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에 뿌리내린 민초 그려낸 대하소설 '혼불'

기사승인 [410호] 2019.02.19  16:4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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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향기 - 혼불문학관

▲ 노봉마을에 자리잡은 혼불문학관 전경. 기와가 깔끔한 한옥 마당에 늘어선 소나무가 인상적이다.


일제강점기, 토속적인 민족 수난사
서민 생활풍속과 고유정서 담아내

17년 집필이 남긴 ‘미완의 대작’
소설 무대에 우뚝 선 문학사랑방


 

일제강점기 흙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민초들의 숨결을 그려낸 대하소설. 한민족 끈질긴 생명력을 호남 특유의 토속 언어로 묘사한 미완성의 대작 '혼불'을 기념하는 문학관은 전북 남원의 작은 산골 마을에 자리잡고 있었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을 따라서 지리산 기슭으로 찾아간 혼불문학관. 기와를 얹은 한옥 건물이 고풍스러운 문학관 안으로 들어가면 작가 최명희의 어록이 걸려 있다.
 
"언어는 정신의 지문입니다. 한 민족의 정체성은 모국어에 달려 있습니다."
 
미군정 시절인 1947년, 전주에서 태어나 불후의 명작 혼불을 탄생시킨 작가 최명희가 호암예술상을 받았던 1998년 6월 1일에 소감을 밝힌 글이 적혀있다. 그로부터 6개월 뒤인 1998년 12월에 난소암으로 세상을 떠난 작가의 '유언'이 되었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차분한 눈빛이 지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가의 사진이 걸려 있는 전시실 벽면에는 소설 '혼불'의 줄거리를 소개하는 글이 적혀 있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를 배경으로 몰락해 가는 남원의 양반집 며느리 3대와 이웃 하층 서민들이 뒤얽혀 살아가면서 애증 관계를 그려낸 대하소설. 깊은 산 옹달샘이 흐르는 지리산 노봉마을에서 멀리 만주 벌판까지 무대를 옮겨 가면서 민초들의 생활 풍속과 한민족 고유 정서를 세밀하게 그려낸 문학사적 기념비라는 찬사가 뒤따른다.

 

▲ 혼불문학관으로 올라가는 통나무 계단.

 
소설 혼불을 기념하는 문학관이 세워진 노봉마을은 작가 최명희의 뿌리인 삭녕 최씨 가문의 집성촌이라고 했다. 작가는 전주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의 고향인 노봉마을을 드나들면서 소설 혼불을 구상하다 보니 그 중심 무대로 삼게 되었다고 했다.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쓰러지는 빛'이 당선돼 문단에 얼굴을 내민 작가 최명희. 서른 세 살 되던 해에 집필을 시작하여 그 다음해인 1981년 동아일보가 창간 60주년을 기념해 원고료 2000만원을 내걸고 장편소설을 공개 모집한 이벤트에 당선된 작가가 마흔 아홉 살되던 1996년에 제5부를 완성할 때까지 무려 17년에 걸쳐 민족의 수난사를 그려낸 대하소설 혼불. 지병인 난소암을 이겨내지 못한 작가가 그 마지막 부분을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미완의 대작'으로 남은 사연을 소개하는 대목에서 아쉬움이 더해진다.  
 

▲ 작가 최명희의 육필 원고.
▲ 소설 혼불에 등장하는 농가 생활용품.

 
전시실 한 구석에는 작가 최명희가 집필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과 함께 친필 원고지와 만년필이 놓여 있다. 바로 만년필로 작가는 인생의 황금기라는 30~40대의 대부분을 민족사의 애환을 담아내는 원고지와 씨름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어쩌면 소설가 최명희가 만년의 시간을 비롯해서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다 바쳤을지도 모를 소설 혼불은 과연 작가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지금도 나는 못다 한 이야기를 뒤쫓느라고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내가 하는 일을 지켜봐 주는 눈길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눈길이 바로 나의 울타리인 것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 집필에 열중하는 작가 최명희.

마지막 순간까지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을지라도 소설을 쓰는 자신의 모습을 지켜봐 주는 눈길이 있다면 울타리로 삼겠다고 말했던 작가 최명희. 그토록 외롭고 힘든 삶을 살다간 작가이지만 그가 남긴 작품 혼불은 단순한 이야기 마당을 넘어서서 민족 정서의 속살을 보여주는 정신 마당으로 자리 잡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가 남긴 소설 속 어록과 함께.
 
"비록 콩껍질이 말라서/ 비틀어져 시든다 해도/ 그 속에 든/ 잠시 어둠 속에 떨어져/ 새 숨을 기르다가/ 다시 싹터 무수한 열매를 조롱조롱/ 콩밭 가득 맺게 하나니" 
 
남원=김해뉴스 정순형 선임기자 junsh@gimhaenews.co.kr


*찾아가는 길
△ 전북 남원시 사매면 노봉안길 52.
△ 남해고속도로(88㎞)를 타고가다 통영대전고속 도로(58㎞)로 갈아탄 다음 대구광주고속도로 (43㎞)로 옮겨타면 된다. 약 2시간 30분 소요.

*관람 안내
① 하절기 (3월~11월) : 오전 9시~오후 6시.
② 동절기 (12월~2월) : 오전 9시~오후 5시.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은 휴관. 063-620-5744~6.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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