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시 회현동 12통 현순연 통장이 부지 매입 지역을 돌아보며 혈세 낭비 사업을 지적하고 있다. 조나리 기자

  
 김해시, 봉황동 주택 매입 추진
 49세대 “어디로 가야 하나”
“도시재생 그동안 왜 추진했나”


 
"수십 년간 이 곳에서 살았는데 갑자기 다른 곳에 집을 구해야 한다니 눈앞이 캄캄합니다. 낙후된 마을을 살려보겠다고 이웃들과 땀 흘려 벽화도 그리고 텃밭도 가꿨는데, 이제 그 모든 것이 헛수고가 됐습니다."
 
김해시가 가야사 복원사업의 하나로, 가야왕궁터로 추정되는 김해 봉황동 일대 주택 부지를 매입하려하자 일부 주민들이 불만을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해당 지역은 수년 전부터 도시재생사업을 벌였던 곳이어서 지금까지 혈세는 물론 주민들의 시간과 노력을 낭비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김해시는 지난 8월 회현동 주민들에게 공문을 보내 봉황대 인근 문화재 보호를 위해 내년부터 주택 매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대상 부지는 회현동 12통 전체와 15통, 16통 일부 등 총 49세대다.
 
시는 2007년부터 가야 왕궁터 발굴 및 문화재 보호를 위해 매년 일대의 주택을 2~3세대씩 매입해왔지만, 이처럼 대규모로 매입을 진행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가야사 복원을 국정과제로 삼으면서 사업이 탄력을 받아 부지 매입 예산 확보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회현동행정복지센터를 포함한 회현동 약 10만㎡ 일대에 문화재 종합정비가 이뤄지게 됐다.
 
그러나 생각지도 않게 당장 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에 닥치자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50년 넘게 이 곳에서 살았다는 한 노부부는 "삶의 터전을 떠나 갑자기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현순연 회현동 12통 통장은 "이 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평균 연령대가 60~70대다. 모두 수십 년 살아온 곳인데 고향이나 마찬가지인 곳에서 떠나 어디로 갈지 모르겠다. 이 지역은 낙후된 곳이어서 쥐꼬리만한 보상금으로 다른 곳에 집을 얻을 수 있을지도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주거지를 허물고 문화재 구역을 '공원화'시킬 것이라면 왜 혈세를 낭비하면서 도시재생을 진행했느냐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김해시는 2014년부터 2년간 국비 4억 원, 시비 4억 원 등 총 8억 원을 들여, 회현동 일대에 '황세장군과 여의낭자의 사랑이야기'라는 주제로 도시 미관사업을 진행했다. 회현동 주민들로 구성된 주민협의체는 주민 성금을 모아 지역 골목에 벽화사업을 실시하기도 했다.
 
도시재생협의체에 참여했던 주민 전제인 씨는 "문화재가 있어서 우리 동네는 지금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못한 곳도 많았고 오·폐수관이 들어온 것도 최근이다. 그런 지역을 다시 살리겠다고 주민들이 나섰는데 동네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황당하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최근에도 도시재생사업을 위해 시에서 한 부지를 매입했는데 그 부지가 문화재 매입 대상에 포함됐다. 한 지역을 놓고 시 내부에서 다른 행정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해시 문화재과 관계자는 "부지 매입은 갑자기 진행하는 사업이 아니라 10년 넘게 이어져 오던 사업이다. 문화재에 걸려 건물 신·개축이 어렵고 개발이 어려운 지역이다 보니 주민들이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았다. 시에서 선제적으로 땅을 지정해서 매입하는 것이 좋지만 그동안 예산 문제로 대규모로 진행하지 못했다. 강제적으로 부지 매입을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봉황동 종합정비계획 수립에 대한 용역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정확히 어느 구역까지 매입할지는 내년 3월이 돼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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