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트르타 해변 코끼리바위 앞에 선 최지훈 군.

 


영국 바라보는 서쪽바다 마을 ‘에트르타’
코코아 향기처럼 훈훈했던 카페 아주머니

노르망디 상륙작전 펼쳐졌던 ‘유타비치’
매년 기념행사에는 ‘독일 총리’도 참석

연중 화창한 남부 해변도시 ‘툴롱’
김해 스시가게 들렀던 ‘씨몽’ 찾아 가는 길


 

파리를 출발해 서쪽을 향해 달렸다. 어느새 저 멀리 바다, 영국해협이 보였다. 우리가 닿은 곳은 '에트르타'라는 한적한 해안마을이었다. 기암절벽 위 바위의 모습이 마치 코끼리가 코를 바다 속에 담근 모습과 닮아 유명한 곳이다. 
 
바닷가 공영주차장에 바이크를 세워두고 헬멧을 대충 걸쳐 놓았다. 그리고 주차장을 나서는데 한 현지인 아주머니가 우리를 불렀다. 그는 누군가 헬멧을 가져갈 수 있으니 직접 보관을 해주겠다며 명함을 내밀었다. 근처에서 브런치 가게를 운영하는 분이었다. 
 

▲ 프랑스 소도시 '르퓌앙벌레이'에 있는 절벽 위 성당.

고마운 마음에 얼른 관광지를 둘러본 후 헬멧을 찾으러 카페에 들렀다. 아빠는 커피, 나는 코코아와 초코 케이크를 주문했다. 방금 만든 듯 케이크가 아주 부드럽고 맛있었다. 가게에서 나오며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주인아주머니가 그냥 가라고 말했다. 부자가 이렇게 함께 여행을 다니는 모습이 무척 보기 좋다며 돈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어딜 가나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나게 되는 것 같다.
 
이번에는 에트르타 남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얼마쯤 달렸을까. 바다 위로 외로이 우뚝 솟은 성이 하나 나타났다. 영국과의 백년전쟁에도 함락되지 않았던 프랑스군의 요새 몽생미셸이었다. 처음에 성당이었던 이곳은 프랑스 혁명 때 감옥으로 쓰였으며 현재는 수도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아빠는 과거 한국의 한 항공사 광고에 몽생미셸이 등장하기도 했다고 설명해주었다. 멀리서도 뚜렷하게 보이는 수도원의 건물이 아주 멋졌다. 가까이서 보기 위해 섬 앞에 조성된 캠핑장에 자리를 잡았다. 
 
몽생미셸은 '대천사 미카엘의 산'을 의미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몽생미셸 앞에는 땅을 메워 만든 주차장과 제방도로가 있었다. 정부는 주차장과 제방도로가 물의 흐름을 막는 바람에 섬이 점점 육지화가 된다고 생각했다. 결국 이것들을 철거하고 친환경적으로 섬을 복원했다. 지금은 섬과 내륙 간에 다리가 놓여 셔틀버스를 타고 통행할 수 있게 됐다.
 
몽생미셸 섬에 도착했다. 위쪽에는 수도원 건물이, 아래쪽에는 마을이 자리하고 있었다. 성의 구조는 영화 '반지의 제왕'을 떠올리게 했다. 성벽으로 둘러싸인 마을엔 기념품 가게와 식당들이 들어서 있었다. 골목을 지나 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수도원 입구가 나왔다. 입구에서 한국말이 지원되는 음성안내 기계를 대여해 안으로 들어갔다. 미로와 같은 방들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몽생미셸은 야경도 굉장히 아름다웠다. 아빠와 나는 여기가 너무 좋아 낮에도 밤에도 찾아갔다. 신비의 섬 몽생미셸에서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펼쳐졌던 유타비치로 이동했다. 
 

▲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유타비치 전쟁박물관에서 최지훈 군이 기념사진을 찍은 모습(왼쪽), 헬멧을 보관해준 카페 주인 아주머니 앞에서 셀카로 촬영한 최정환 씨.

유타비치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나치정권에게 점령됐다. 미국과 영국이 주축이 된 연합군은 프랑스를 구하기 위해 이곳에서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펼쳤고 전세를 역전시켰다. 유타비치 전쟁박물관에 들러 전시물들을 둘러보니 그 때의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본격적으로 연합군이 상륙하기 전 낙하산부대가 먼저 적의 후방에 내려 교란작전을 펼쳤다. 독일 나치정권의 침략에서 프랑스를 구해낼 수 있는 계기가 된 사건이다. 
 
현재 매년 열리는 기념식에는 당시 적대국이었던 독일의 총리도 참석한다고 한다. 광복을 지나 한국전쟁이 발발한 후 지금까지 대치 상태에 있는 우리와는 너무나도 달랐다. 유럽은 연합을 만들어 서로의 국경을 없애고 각 나라가 평화롭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나갔다. 하지만 핵미사일 개발에만 매달리는 북한, 아직도 과거의 역사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 등. 그 사이에 끼어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슬프게만 느껴졌다.
 


아빠와 나는 다시 프랑스 남부의 프로방스 지방으로 발길을 돌렸다. 해변의 도시 '툴롱'으로 향했다. 북부지방은 100일 중 80일은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내린다. 하지만 남부는 그렇지 않고 대개 화창한 날씨가 이어진다고 했다. 툴롱에는 아빠의 지인인 씨몽 아저씨가 살고 있다. 씨몽 아저씨는 올봄 아빠가 운영하는 김해의 스시가게에 손님으로 왔던 분이다. 아빠는 그 때 유라시아 횡단에 관한 계획을 알렸고 아저씨는 꼭 프랑스에 있는 자신의 집에 들르라고 당부했던 모양이다. 우리는 그 분을 만나기 위해 아름다운 프로방스 지방을 거쳐 툴롱을 향해 달렸다. 프랑스 국립공원 사이로 난 산길에 햇살이 비쳤다.
김해뉴스/ 최정환 최지훈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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