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등 예술가 40인 인생 노하우
"예술, 삶 속 문제 해결할 강력한 무기"
 시대를 읽고 가치 창조한 이야기 가득
 반 고흐·프랭키 게리의 도약 일화 담아



흔히 예술은 어렵고 사회와 동떨어져 있다는 편견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예술은 그 가치를 알아보고 공유하는 사람, 사회와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비로소 생명력을 지닌다. 예술가들은 세상의 인정을 받거나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하기 위해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시대 변화를 재빠르게 읽어 위기를 기회로 바꾼다.
 
<예술의 쓸모>는 '예술은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다. 예술경영 전문가인 저자는 예술과 예술가의 삶을 통해 인생의 여러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와 세상을 매혹하는 창조적 전략을 알려준다. 화가, 디자이너, 건축가, 컬렉터, 후원자 등 예술가 40인의 인생 노하우를 담았다. 시대를 읽고 기회를 창조해낸 탁월한 기획자이자 전략가였던 예술가들의 통찰을 엿보게 한다.
 
예술이 어떻게 브랜드가 됐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들이 흥미로웠다. 특히 반 고흐를 불멸의 화가로 만든 마케팅의 기적에 시선이 멈췄다. 빈센트 반 고흐에게는 동생 테오 반 고흐가 있었다. 미술상이었던 테오의 도움이 없었다면 고흐는 애초부터 그림을 그릴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테오가 고흐의 생을 뒷받침했다면, 그의 죽음 이후를 책임진 사람은 테오의 아내 요한나였다.
 
고흐는 생전에 작품을 거의 팔지 못했다. 그런 그가 사후에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요한나의 탁월한 '캐릭터 마케팅'에 있었다. 요한나는 고흐와 테오가 잇따라 죽은 뒤에 고흐의 작품과 편지를 모두 챙겨서 미국과 네덜란드를 오가며 고흐를 알리기 위해 애를 썼다. 요한나는 그림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과 열망, 불우한 처지에 대한 한탄이 오가는 고흐의 편지들을 정리해 <빈센트 반 고흐: 동생에게 보낸 편지>를 출간했다. 불멸의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을 통해 무명화가 고흐는 '비운의 천재화가'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대중에게 각인됐고 사후 엄청난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
 
세상의 비판을 무릅쓰고 끝내 대세가 된 인상파는 네트워킹과 연대의 중요성을 전한다. 1874년 모네, 마네 등 인상주의 화가들은 첫 전시를 열었다. 하지만 예술계의 상식에서 벗어난 인상주의의 시도는 당시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됐다. 모네가 '인상: 해돋이'를 출품했던 이 첫 전시는 무참히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들은 10여 년간 꾸준히 전시회를 통해 서로 교류하면서 세상에 인상주의라는 이름을 각인시켰다.
 
예술가들은 시대를 매혹한 스마트한 전략가였다. 이탈리아 화가 카날레토는 고객의 니즈를 정확하게 반영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그의 그림 속 베네치아 건물은 실제보다 훨씬 화려하고 새것처럼 보인다. 당시 위생이란 개념이 무디고 무수히 많은 관광객이 오는 베네치아의 건물은 낡고 지저분했을 터.
 
하지만 카날레토는 굉장히 정돈되고 아름다운 풍경만 찍는 여행자의 욕망을 정확하게 파악했다. 베네치아를 그린 그의 풍경화를 보면 어두웠던 하늘은 점점 밝아졌고, 어딘가 정적이던 풍경도 점차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사실적인 환상' 즉 보고 싶은 이미지를 부각하며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그의 작품은 가장 실용적이면서 당대 트렌드를 주도했다.
 
건축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건축가 프랭크 게리는 상상력엔 경계가 없음을 보여준다. 그는 스페인 빌바오에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을 설계했다. 20세기 초 빌바오는 철강 산업으로 무척 부유한 도시였지만, 점차 산업이 쇠퇴하면서 1980년대 중반 실업률이 무려 30%를 넘었다. 이에 시와 주 정부, 시민단체는 도시 재생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쇠락한 산업도시에서 문화와 예술의 도시로 변모할 계획을 세운 것이다.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은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핵심이었다. 게리가 설계한 미술관의 파격적인 건물 외형은 마치 거대한 꽃송이가 피어나는 것처럼 보여 '메탈 플라워'로 불린다.
 
비행기 소재로 이용되는 티타늄을 이용한 외관은 3만 3000개의 티타늄 판넬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을 담아낸다. 게리가 독창적인 건축 디자인을 한 덕분에 빌바오는 죽은 도시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는 도시가 됐다. 이처럼 책은 위대한 예술가들을 통해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통찰력을 보여준다. 
 
부산일보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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