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대성동고분군에서 온전한 형태의 귀족무덤이 발굴됐다. 사진은 귀족 혹은 장군 묘로 추정되는 108호분 유구 전경. 사진제공=김해시

문양 새겨진 칠기 흔적 다량 출토
국내 드물고 가야 무덤에서는 최초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도움 기대



금관가야 최고 지배계층 묘역인 김해시 대성동고분군(사적 제341호)에서 그동안 발굴된 것 중 가장 온전한 형태의 귀족무덤이 확인돼 학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가야 무덤 중 문양이 새겨진 칠기 흔적이 다량 발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학계는 이번 발굴이 제4의 제국으로 불리는 가야사 연구는 물론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성동고분박물관은 3일 오전 발굴현장에서 이러한 발굴성과에 대한 학술자문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오후에는 발굴현장을 일반에 공개키로 했다. 
 
이에 앞서 대성동고분박물관은 문화재청 허가와 발굴 비용을 지원 받아 지난해 12월부터 박물관 북동쪽 평지 3700㎡에서 제10차 학술발굴조사를 하고 있다. 
 
대성동고분군은 지난 1990년 발굴 이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잠정 목록에 오를 만큼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가야시대 대표 유적이다.
 
이번 10차 조사를 통해 시굴조사에서 확인된 가야시기 목관(木棺)·목곽(木槨)·옹관묘(甕棺墓) 등 70여기의 무덤에서 철기, 청동기, 토기, 칠기, 옥, 유리구슬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됐다. 

특히 108호 목곽묘는 보존상태가 완벽에 가까워 가야사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학계는 내다보고 있다. 108호분은 금관가야 지배계층의 집단묘역인 대성동고분군 내 무덤의 입지와 규모 등을 고려할 때 귀족이나 장군의 묘에 해당된다. 
 
가야 무덤의 90%가 일제강점기부터 도굴돼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목곽묘의 유구 어깨선 일부만 훼손됐을 뿐 내부는 온전한 상태로 보존된 108호분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사례로 평가된다.
 
무덤의 규모는 길이 494㎝, 너비 346㎝, 깊이 60㎝ 정도로 비슷한 시기의 무덤인 대성동 91호(목곽묘) 등과 비교하면 중형에 가깝다. 무덤 축조 시기는 출토된 토기와 철기 등의 편년(연대를 밝히는 학문)을 통해 가야 중심시기인 4세기 초로 추정된다.
 
당시 실물화폐로 사용된 대형덩이쇠(鐵鋌·10×40㎝) 40매와 둥근고리큰칼(環頭大刀), 화살촉 등 130여 점의 철기와 토기 17점, 청동그릇 1점, 통형동기(筒形銅器) 1점, 청동화살촉 1점, 방추차형 석제품, 대롱옥장식 목걸이와 굽은 옥장식 목걸이 각 1점 등 총 200여 점의 유물까지 다량 출토됐다.
 
대성동고분군 내 같은 시기 목곽묘 중 그리 크지 않은 중소형의 목곽묘임에도 불구하고 북방대륙계 유물인 청동그릇과 왜계 유물인 통형동기, 청동화살촉 등이 출토된 것은 금관가야의 국제적 위상과 교역활동이 그동안 연구보다 훨씬 더 활발했음을 시사한다.
 
무덤의 주인은 장군 또는 귀족무사로 추정된다. 동쪽편에 치우친 덩이쇠 위에 다시 화살무더기를 덮은 형태를 하고 있고, 큰 칼과 창 등 다른 무기도 집중적으로 출토됐기 때문이다.
 
무덤 주인 우측편에는 점토를 깔아 관자리를 마련했는데 방추차형석제품과 굽은 옥으로 장식한 목걸이 등으로 보아 여성으로 추정된다. 부부를 나란히 한 무덤에 배치했거나 순장자를 나란히 배치한 사례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가야 목곽묘 중 첫 사례여서 학계의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
 
목곽에 옻칠을 한 흔적이 남아 있으며 출토유물 중 상태가 온전하지는 않지만 다량의 칠기 목제품을 부장한 것이 확인됐다. 
 
칠기는 나무에 조각을 새기고 조개가루(貝粉) 혹은 뼛가루(骨粉) 등으로 메운 후(상감(象嵌)기법) 붉은색 수은주와 옻칠로 마감한 상자와 망태기 등이다. 하지만 목심이 남아 있지 않아 정확한 수량과 형태, 구조를 알 수는 없지만 가야에서 자체 제작한 유물로 추정된다. 
 
이처럼 무덤 내부에서 문양과 칠기 흔적이 대량으로 출토되기는 국내에서 사례가 극히 드물며 가야 무덤에서는 최초다. 따라서 이번 발굴 성과는 가야사 연구에 획기적 자료가 되는 동시에 가야고분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학계는 기대하고 있다.  
 
김해뉴스 이현동 기자 hdlee@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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