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제4시집 ‘엄마의 젖무덤’을 발간한 금동건 작가가 시집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이현동 기자

 제4시집 '엄마의 젖무덤' 발간
 어머니 향한 사랑·그리움 담아
"부모님께 ‘사랑합니다’ 표현을"



"해마다 이맘때면/ 구수한 된장찌개를 끓여주셨는데/ 이제는 엄니의 손맛은/ 세월의 수갑에 채워지고/ 텃밭에는 말라비틀어진/ 토란대만 찬바람에 울고 있다."
 
'시인이 된 청소부'로 유명한 '청암' 금동건(60) 작가가 최근 네 번째 시집 '엄마의 젖무덤'을 발간했다. 앞선 세 작품과는 달리 이번 시집은 금 작가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바치는 헌정시집이다. 어머니를 위해 쓴 40여 편의 시와 함께 일상생활 속에서 겪는 소소한 사건이나 생각들을 엮어 만든 60여 편의 시까지, 총 110개의 작품이 실렸다.
 
금 작가의 어머니 권오선(87) 여사는 현재 김해의 한 요양병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올해로 9년째다. 자신을 찾아온 금 작가를 보며 "오빠야 왔네"라며 인사를 건네곤 한다. 금 작가는 이런 어머니를 생각만 해도 가슴이 미어오는지 금세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그리움·애틋한 감정을 담아 틈틈이 시를 썼다. 직접 어머니의 입장이 되어보기도 하고 어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려보기도 했다"며 "어머니와 함께할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오직 당신을 위해 쓴 시집을 가슴에 꼭 안겨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경북 안동 출신인 금 작가는 초등학생 때 부산으로 넘어와 생활하기 시작했다. 이 시절, 친구·고향을 그리워하며 처음 편지를 써내려간 것이 그가 펜을 잡게 된 계기가 됐다. 그렇게 시와 인연을 맺은 금 작가는 2006년 시인으로 정식 등단했다. 현재 그는 한국문인협회, 김해문인협회, 시림문학회 등 여러 문학단체에 소속돼 있다.
 
금 작가는 "정식으로 글을 배운 적이 없어 문장을 아름답게 꾸밀 줄 모른다.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그대로, 나만의 방식으로 시를 쓴다"며 "짧은 단어, 문장 안에 많은 의미를 함축시켜 표현한다는 부분이 시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본업은 환경미화원이다. 덕분에 그에게 '시인이 된 청소부'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의 특별한 이력이 여러 방송에도 자주 소개되며 꽤 유명세를 타고 있기도 하다. '시인'과 '청소부'라는 직업의 괴리감에 대해 금 작가는 "어울리지 않을 이유 또한 없다고 생각한다. 두 가지 일 모두 내 천직"이라며 웃었다.
 
지난 세월 수많은 일을 해봤지만 금 작가는 환경미화원만큼 자신에게 잘 맞는 일이 없다고 했다. 노동 강도가 높지 않아 신체적인 부담이 적은 편이고 특히 다른 직업보다 시상이 잘 떠오른다는 것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강조하며 "남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코를 막아도 항상 먼저 밝게 인사를 건넨다. 내가 내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다. 항상 즐겁게, 웃으면서 살아가야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미화원 일을 하면서도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활 속 생각·감정을 틈틈이 수첩에 기록하고, 귀가 후 저녁에 글을 정리하는 것이 금 작가의 하루 일과다. 이렇게 쓰인 글 하나 하나가 모여 110편의 시가 담긴 '엄마의 젖무덤'이 탄생했다. 이렇다 할 기교 없이 짧고 담백하면서 잔잔한 감동을 주는 그의 시를 보며 많은 독자가 "마음이 편해진다", "여운이 오래 남는다" 등의 찬사를 보내고 있다. 그의 다섯 번째 시집이 기대되는 이유다.
 
금 작가는 "어머니에게 이번 시집을 직접 보여드리고 읽어드릴 수 있게 돼 기쁘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한 번이라도 더 부모님을 찾아뵙거나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를 건넬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해뉴스 이현동 기자 hdlee@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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