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인 인구가 많은 김해에 최근 신종 코로나로 인한 ‘혐중’정서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이현동 기자

 외국인 기피·배척 분위기 확산
 김해, 중국인 혐오 정서에 우려
"질환 보다 무서운 것은 차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되면서 질환이 처음 시작된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혐중(嫌中)정서가 김해에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대만·홍콩·싱가포르 등 동아시아권 국가 사람들에 대한 차별로도 번지고 있어 "병 보다 무서운 것이 바로 차별과 혐오"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 시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우한 폐렴'으로도 불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현재(11일 기준) 국내에도 28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하루가 멀다 하고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늘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김해시민들의 '코로나 공포'는 극에 달해 있다.

이러한 가운데 후베이성, 우한시 출신자를 포함한 모든 중국인이 차별적인 시선을 받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전혀 감염되지 않았음은 물론 우한시에 방문한 적도 없지만, 단지 중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2만 여 명에 달하는 김해 내 외국인 등록인구 중 중국인 인구는 4000여 명에 이른다.

동상동에서 중화요리 전문점을 운영하는 중국인 A 씨는 중국 쓰촨성 출신이다. 우한시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한국어 실력도 유창하다. 그러나 한국인들의 따가운 시선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모든 중국인을 바이러스 취급하는 시선이 부담스럽고, 불편하기도 하다. 전염병이 박쥐를 잡아먹는 식습관 탓에 발병했다고 알려져 '중국인은 다 그렇다'라는 일반화 논리가 퍼진 것 같다"고 말했다.

A 씨에 따르면 중국은 광둥성을 중심으로 남쪽 지역이 빠르게 경제발전을 이룩한 반면 기후가 춥고 척박한 북쪽 지방은 발전이 상대적으로 더뎠다. 때문에 경제적 여유가 있었던 남쪽 지방에 특이한 식문화가 발달했고, 이 중 한 가지가 박쥐를 먹는 식습관이다.

A 씨는 "한국도 지역마다 식문화가 다 다른데, 훨씬 영토가 넓은 중국은 천차만별이다. 일부 지역의 식문화로 비롯된 전염병(추정)을 중국인 전체를 평가하는 잣대로 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식료품점을 운영하고 있는 중국인 B 씨 역시 "최근에는 중국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매우 조심스럽다. 바이러스 취급당하는 것이 싫다. 아예 중국어를 안 쓰려고 노력 중"이라며 "오해받지 않기 위해 실내에서도 꼭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위생 관리도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 김해다문화치안센터 ‘레인보우 봉사단’.


중국인은 아니지만 동아시아권 국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경우도 있다.

대만에서 온 C 씨는 "대만·홍콩·싱가포르 등의 국민들에게 '한국에서는 여권을 꼭 지참하라'고 알려주는 유튜브 영상이나 지침이 내려오고 있다. 중국인이 아님을 밝혀야 하기 때문"이라며 "일부 한국인은 중국과 대만이 아예 같은 나라인줄 알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김해중부경찰서 다문화치안센터 관계자는 "중국인 자체가 코로나 바이러스인 것이 아니다.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모두 우리의 이웃이자 가족”이라며 “외국인 10여 명으로 구성된 ‘레인보우 봉사단’을 운영하면서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수칙 홍보, 전단지·마스크를 배부하는 캠페인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중국인을 차별하고 혐오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이현동 기자 hdlee@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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