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3년 사이 의료인 폭행 건수가 2배 가량 증가했다. 김해에서도 환자가 의료인을 흉기로 위협하는 등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지역 의료계에서는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사진은 김해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 이경민 기자


 의료인 폭행 3년 새 2배 증가
 보안인력 배치·비상벨 설치 등
 의료법 개정에도 실효성 논란
'개인병원 더욱 취약' 지적도
 김해시의사회 "대책 마련 시급"



김해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김 모(여·30) 씨는 최근 떠올리기도 싫은 일을 겪었다. 응급실로 실려 온 20대 남성에게 폭행을 당한 것이다. 만취한 환자는 김 씨가 치료를 위해 다가가자 다짜고짜 멱살을 잡았다. 며칠 후 사과를 받긴 했지만 그날의 기억은 상처로 남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응급의료 종사자를 상대로 한 폭언과 폭행, 난동 등의 발생 건수는 2016년 578건에서 2017년 893건, 지난해 1102건으로 3년 사이 2배가량 증가했다. 올해 1~6월 누적 건수는 577건에 달해 지난해 수치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김해지역 의료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8월 한 종합병원에서는 환자가 흉기로 벽을 치며 위협해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일이 발생했다. 같은 달 또 다른 병원에서는 의료인을 향해 진료를 거부하면 살해하겠다고 협박한 환자가 경찰에 입건됐다.
 
병원 관계자는 "단순 욕설 등 자잘한 사건은 매주 1~2회 일어난다. 신고할 만큼 위험한 일은 매년 5~6회 발생한다"며 "사람들은 대개 의료인이 환자에게 헌신·봉사해야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때문에 의료인이 피해를 입어도 합의를 해야 한다는 압박에 더 큰 고통을 느낀다"고 말했다.
 
의료인 폭행 사건이 늘자 지난 4월 국회는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말 서울 강북삼성병원 임세원 교수가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숨지면서 이뤄진 조치다. 의료인에게 상해를 입힌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7000만 원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등 처벌이 강화됐다.
 
또한 8월에는 병원급 의료기관에 경찰과 연결된 비상벨 '이콜(E-Call)'을 설치하고 1명 이상 보안인력을 배치하도록 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령을 입법예고했다.
 
김해에서는 중앙병원과 복음병원, 조은금강병원, 강일병원, 갑을장유병원, 삼승병원, 메가병원 7곳에 이콜이 설치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콜은 안전에 위협을 느낀 의료인이 발판 형식으로 된 벨을 누르거나, 수화기를 들면 경남지방경찰청 지령실에 벨이 울리는 시스템이다. 신호를 받은 지령실은 신고가 들어온 병원의 관할 지구대에 다시 긴급 상황을 알리는 신호 '코드1'을 보낸다.
 
긴급신호는 코드 0에서 3까지 4단계로 분류된다. 숫자가 낮을수록 위험한 상황을 뜻한다.
 
경찰 관계자는 "상황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이 동일하게 코드1 신호만 받고 출동한다"며 "범인이 흉기를 소지하고 있어도 알 수가 없다. 출동 준비를 할 때 애매한 면이 있다"고 전했다.
 
비상벨 사용이 불안하기는 병원 측도 마찬가지다.
 
병원 관계자는 "위험 신호를 보내기만 할 뿐 경찰의 수신여부는 확인할 수가 없다. 피드백이 없기 때문"이라며 "차라리 112에 전화해서 경찰과 직접 통화를 하고 상황을 설명하는 게 마음이 놓인다. 취지는 좋지만 시스템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제도에 비켜 선 개인병원의 안전대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내동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 내과 전문의는 "개인병원의 경우 주로 의사 1명과 소수의 간호 인력들이 근무하기 때문에 더욱 취약한 환경에 놓여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절한 안전 대책을 모색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해시의사회 신진규 수석부회장은 "매번 어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각종 제도가 도입된다. 시설·인력 추가 등 병원의 비용부담만 커진다.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보여주기 식의 방편 마련이 아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건 발생 시 경찰이 적극 개입할 수 있도록 공권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범죄인 인권을 보호하느라 피해가 발생해야 조치를 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등에서는 예방을 위해서도 강력한 제압이 가능하다. 범죄인 인권을 위해 선의의 피해자가 나와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해뉴스 이경민·이현동 기자 m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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