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의 효시는 곡물, 가축, 조개, 모피 등의 물품화폐에서 유래했다. 동양에서는 조개의 역할이 큰 탓인지 돈과 관련된 경제 한자 용어에 조개 패(貝) 부수가 유난히 많다.  財(재), 貨(화), 貿(무), 賣(매), 買(매), 賃(임), 貯(저) 등이 그러하다.

미국에서도 달러를 Buck(벅)이라고 하는데 이는 물품화폐로 사용한 수컷의 사슴, 양, 토끼 등을 의미한다.

미국 정부는 달러화를 직접 발행할 수 없고 록펠러가문 등의 자본으로 설립된 민간은행이 발행한 것을 대가를 지급하고 빌려 사용한다. 달러 발행의 민간은행은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고 줄여서 미연준(Fed)이라고 한다. 은행이라는 명칭이 없는 것은 대공황 이후 미국 내 은행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아서이다.

미국 재무부는 네 종류 동전을 발행할 수 있는데 우스갯소리로 1조 달러짜리 동전 20개 정도만 발행하면 정부 부채를 몽땅 갚을 수도 있다고 한다.

달러화가 세계 기축통화로 된 계기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인 1944년 7월 미국 뉴헴프셔주 브레턴우즈에서 44개 연합국이 합의한 국제통화기금(IMF) 중심의 브레턴우즈협정이다. 미국은 달러($35)를 발행할 때 중앙은행에 금 1온스를 준비해 두고 타국이 달러를 가져오면 금과 교환해 줘야 할 의무가 있었다. 하지만 베트남 전쟁 등으로 남발된 달러에 대해 준비해야 할 금이 부족해지자 1971년 8월 달러와 금과의 교환을 불허하는 닉슨 대통령의 금태환정지선언이 있게 된다.


사실상 이때부터 미국 달러화의 특권이 문제시 됐다. 달러는 화폐발행차액인 세뇨리지(seigniorage)의 특권을 가진다. 예컨대 100달러 짜리 한 장 발행하는 인쇄비 등 발행비용이 10센트라고 가정한다면 99달러 90센트가 세뇨리지가 된다. 또 미국은 아무리 달러를 찍어 내어도 환율 유지의 의무는 없고 매년 4월과 10월 두 차례 환율조작국 심사를 거쳐 책임을 상대국들에게 떠넘긴다.

미국에서 집 없는 서민들에게 저리로 돈 빌려 무리하게 집 사게 했다가 금리가 급격히 오르자 금융기관과 기업의 부도가 속출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됐다. 미국은 3차례에 걸쳐 3조 달러 넘는 돈을 무자비하게 찍어내는 양적완화로 위기를 극복하고 나홀로 경기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제 인플레를 우려해 금리를 일 년에 수차례 올리겠다고 연준이 발표하자 신흥국들 금융시장은 달러의 대량 유출을 우려한다. 다행히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의 금리인상에 격한 비난을 쏟아내자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가 있다.

유럽연합(EU)은 일찍이 달러화의 특권에 불만을 품고 19개국이 유로화를 사용하고 있고 중국은 위안화를 2016년 IMF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5번째 통화로 편입시키고 국제통화 지위에 오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달러화의 헤게모니를 벗어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 등은 자국통화 표시 무역거래를 권하고 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새로운 국제통화제도로 금본위제도가 거론되지만 현행 달러중심 체제를 대체할 만한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 고민거리이다.

최근 미국 내에서는 달러화의 특권을 넘어 갑질을 정당화 시키려는 현대금융이론(MMT)까지 등장했다. 자국화폐로 돈을 빌릴 수 있는 기축통화국의 정부 재정적자는 큰 문제가 아니며 돈을 아무리 찍어내도 괜찮다는 비주류 경제학자들의 주장이다.

화폐가치의 안정성만 해결된다면 블록체인을 이용한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가 중앙은행과 화폐발행 비용이 없는 미래 기축통화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을 적대시 하는 북한 정권도 달러벌이에 목매고 있고 해적들까지 몸값을 달러로 요구하는 것을 보면  달러화의 특권과 갑질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 분명하다. 김해뉴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