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최병철

 

꿈에다 못질을 해두고 잠에서 깼다
다시 잠에 들어 박아 둔 못에다 사진을 걸었다
벽에서 유채꽃이 피었다 지고
봄은 곧 시들었다

발이 있는 것들은 달아나고
없는 것들은 사라졌다
휴가철이 되면서 흩어졌던 웃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고
웃는 사진만 골라 풀칠을 하자
유채꽃 떠난 자리에 해바라기가 피었다

액자 속에서는 우물처럼 끊임없이 웃음이 솟아나고
어떤 가뭄에도 마르는 법이 없다
때때로 잠으로 이어진 창문을 열어두어
마당으로 기침 소리가 떨어지곤 했다

황금빛이어야 머물 수 있다는 규율이 생기고
가을엔 들판에서 많은 웃음을 수확할 수 있었다
탈곡을 끝낸 사람들은 짚단처럼 들판에 남겨져
떨어진 웃음을 줍는다

자꾸만 야위어져 가는 가을은
약봉지를 찾는 시간이 늘어가고
틀니를 낀 늙은 웃음은 노을처럼 붉어져 갔다

검은 정장을 입은 겨울이 찾아왔다
황금색으로 빛나지 않는 사람들은
웃음을 깔고 앉아
희망을 조문한다


<작가노트>

“우리의 가족은 어디로 흘러가나…”


이 시대의 가족상은 어떤 모습이 가장 바람직할까? 우리가 보고 배운 가족상은 이미 오래전에 무너져 내렸다. 우리의 가족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나요?

91세이신 우리 아버지는 얼마 전에 요양원으로 들어가셨다. 삼남매가 있지만, 거동이 불편해지시고 용변을 제대로 제어를 못 하시니 정신은 강건해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나는 아직 육십이 멀리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의 실버타운을 스케치하고 있다.

 

▲ 최병철 시인

 

 

·2017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김해 문인협회, 경남 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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