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집 대숲에 바람 불면

김정옥

 

솔개바람 대숲을 지날 때
바스락 바스락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

울 엄마 밭에서
처마자락 끌고 오는 소리

울 할머니 시장 갔다
맛있는 것 사 오시는 소리

돌담사이로 생쥐 들랑날랑
눈 굴리며 눈치 보는 소리

앞마당 굴밤나무 위
까치 집짓느라 날개 짓하는 소리

낯선 사람 동네
어귀 들어서면 개짓는 소리

우리 집 굴뚝에 연기나면
옆집 할매 고무신 끌고 오는 소리

이 모든 소리들은 내 유년 시절
고향에서 보든 정겨운 일상

고향집 지금은 울 할매도 울 엄마도
대숲도 굴밤나무도 까치도

모두 다 떠나가고 돌담만 지키고 있으니
생쥐만 들랑날랑 하고 있겠지


<작가노트>

“약속 지킬 수 있어 가슴 뭉클”


'새벽부터 뛰었는데 벌써 석양'이란 이번 첫 시집을 출간하면서 좋은 시를 많이 담고 싶었는데 지금 돌아보니 아쉽고 부족한 점이 많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원로 창작 지원금을 받아 좋은 책을 낼 수 있게 되어 감개무량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기쁜 일이 있다면 2013년 8월 14일 자에 '66세 늦깎이 등단'이라는 제목으로 김해뉴스 인터뷰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답하기를 "시를 차곡차곡 열심히 쓰다 보면 칠순쯤엔 시집 한 권 내지 않겠느냐"고 한 대답이 약속 아닌 약속이 됐다.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어 가슴이 뭉클해진다.

수많은 날 고난의 연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것을 가슴속 깊이 새기며 독자 한 분이라도 나의 시집을 읽고 용기 내어서 도전해 보는 분이 있길 바라며 다시 한 번 김해뉴스에 감사함을 전한다.

 

▲ 김정옥 시인



·경남 산청 출생
·월간 '문학세계'(2013년) 등단
·문학세계문인회 정회원
·김해문인협회, 가야문화협회, 가야여성문학회, 가야문화예술진흥회 회원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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