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대 앞 '캣맘' 이영미 씨
8년간 길고양이 12마리 거둬
"동물문제, 미디어 노출돼야"
'캣맘'(Cat Mom·길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주는 등 자발적으로 보호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주로 밤에 활동해요. 이들을 손가락질하고 욕하고, 심지어 폭력을 가하는 사람까지 있기 때문이죠. 캣맘들은 대부분 마음 속에 상처가 많습니다. 자신의 아픔은 뒤로한 채 고양이들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여린 사람들이에요."
김해시 인제대학교 앞에서 '앗! 출력' 인쇄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영미(61) 씨는 캣맘들의 이러한 고충을 토로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영미 씨 본인 또한 캣맘이다. 이곳에 인쇄소를 개업한 지도 8년째라 일대에서는 꽤 유명하다. 그동안 갈 곳 없고 배고픈 길고양이들을 보살피고 챙겨주다보니 아예 거둬 집에서 키우게 된 고양이가 8마리, 인쇄소에서 돌보는 고양이가 4마리나 있다. 특히 이 4마리 중 항상 가게 안에 느긋하게 앉아있는 가을이(페르시안·암컷·8살추정)는 인제대 학생·인근 주민들에게 익숙하다.
인쇄소 앞에 자리한 고양이집도 유명세에 한 몫 했다. 약 4년 전 이 씨가 길고양이들을 위해 마련한 이 작은 고양이집에 누구나 한 번쯤은 시선을 빼앗긴다. 이 집의 고양이들은 길고양이치곤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사람과 공존하고 있다. 이 씨는 "대학생들의 왕래가 잦고, 잘 보이는 곳에 고양이집이 있으니 지나는 사람마다 관심을 갖는다"며 "시간이 꽤 흘러서인지, 이곳의 학생들은 길고양이·캣맘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지만 아직은 사회적으로 변화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동물은 귀중한 생명이다. 단지 시끄럽고 더럽다는 이유로 배척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 공존해야한다는 인식이 일반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캣맘들이 아무런 댓가없이, 사비를 털어가며 고양이를 보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씨는 이러한 헌신을 '연민'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캣맘들은 생명을 불쌍히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길고양이들을 보살핀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마치 생명존중사상이 결여된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학대하고 죽이는 등 생명을 얕봐선 안된다는 것이다. 감정적인 이유로 캣맘을 공격하는 행위 역시 마찬가지다.
이 씨는 "다행히 최근에는 연예인과 유기·반려동물이 함께 TV나 온라인에 등장하는 경우가 많아 대중에게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며 "동물과 관련된 긍정적인 이야기들이 매스컴·미디어에 많이 노출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김해뉴스 이현동 기자 hdlee@gimha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