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진례면 신월리에 있는 용전숲을 찾았다. 4240㎡ 면적의 숲은, 기자에게 '비밀의 정원' 같은 곳이었다. 골치 아픈 업무에 지칠 땐 무작정 숲을 찾을 때도 있었다. 고요한 숲 속의 평상 위에 가만히 누워있노라면 머리가 깨끗이 정리되는 듯했다.

비단 기자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용전숲을 찾았다. 여름에는 숲 옆으로 흐르는 도랑에 발을 담그고 캠핑을 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평일에는 인근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용전숲으로 소풍을 오기도 했다.

그런데 약 1년 만에 찾은 용전숲의 입구부터 낯선 장면이 펼쳐졌다. 진입로 옆으로 대형 공사 장비와 도로의 콘크리트 하부가 위압적으로 서 있었다. 길을 잘못 찾았다고 차를 돌리려 할 때쯤 용전숲의 노거수가 눈에 들어왔다.

부전~마산 복선전철 신월역이 생기며 철로가 용전숲을 지나가게 된다는 것은 수년 전부터 취재하고 보도했기에 익히 알고 있었던 일이었다. 그러나 실제 현장은 훨씬 참혹했다.

시행사는 철로가 들어선 면적만큼 숲을 조성해 노거수를 옮겨심었다. 수치상으로 숲의 면적은 그대로일 테지만 조선 세조때부터 이어진 400년 숲의 역사는 사실상 사라졌다.

취재를 하다 보면 이런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된다. 3년 전 한 산업단지 부지에 수백 년 된 나무가 있다고 해서 집중 취재를 한 적이 있었다. 보도 덕분인지, 마을주민들의 집회 덕분인지 산단 측은 부지 비용으로 거액을 제시했고 지주는 야밤에 나무가 포함된 부지를 팔고 자취를 감췄다. 순진하게 기사를 썼던 기자도, 마을주민들도 모두 속은 셈이었다.

몇 달 뒤 산단을 찾으니 건강했던 나무가 다 쪼그라져 고사 직전의 상태였다. 그러나 용전숲이 그러하듯 모든 '협상'이 끝난 상황에서 더 이상 목소리를 낼 사람은 없었다.

이런 일들은 사회부 기자 생활에서 자주 겪는 일이기도 하다. 지금도 전국체전 유치 시 주경기장으로 삼을 삼계근린공원의 환경 파괴, 국립자연휴양림으로 추진 중인 김해 장유 용지봉, 장유 덕정마을의 무장애 숲길 등이 개발 혹은 발전과 자연 보호의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기자의 입장에선 무엇이 옳다고 쉽사리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하늘을 나는 비행기와 손 안에 모든 것이 들어오는 스마트폰을 척척 만들어내는 '인간 세상' 속에서도 자연은 사람이 만들 수 없는 몇 남지 않은 것들 중 하나라는 의견에는 동의한다. 반대로 대다수의 주민들과 지역사회가 원하는 일들, 흔히 '효율적'이라고 일컫는 일들을 무작정 막을 수도 없다.

이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닥칠 자연과 발전이라는 두 가치의 충돌 속에 최근 김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공론화'가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지역의 주요 현안에 대해 많은 이들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우리 지역에서 제대로 이뤄진 적은 거의 없었다. 개발을 위한 주민설명회도 형식적인 자리였을 뿐이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사회가 미래를 함께 진지하게 논의할 시간을 맞은 듯하다. 공론화를 통한 사업 추진은 일방적인 방식보다 훨씬 더디고 귀찮을 수밖에 없다. 공론화를 통해 얻어진 결과 역시 누군가에게는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10년 뒤, 20년 뒤, 수백 년 뒤 우리의 편리한 업무 처리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좀 더 깊고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이것은 수백 년이 아니라 당장 1년 뒤의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가 머리와 마음을 모아 고민했다면 용전숲도 지금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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