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면서 6세 미만 영유아를 중심으로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감염증이 확산되고 있다. RSV는 특히 산후조리원과 신생아실, 어린이집 등에서 집단발병하는 사례가 많아 우리 아이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미 이달 초부터 RSV 감염증 발생 증가에 따른 예방·관리 강화를 당부하고 나섰다. 지난 2~3월에는 부산의 동래구, 북구, 사하구의 산후조리원에서 RSV 집단감염이 발생해 산후조리원이 폐쇄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바 있다. RSV 감염증의 증상과 치료, 예방방법 등을 김해복음병원 서주영 소아청소년과 과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11월 들어 환자 급증… 6세 이하 대부분
증상은 감기와 비슷, 호흡곤란·청색증
씻지 않은 손으로 영유아 접촉 피해야
미세먼지 상관성 주목… 간접흡연 위험


 

■11월 이후 RSV 감염증 급증
21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전국 192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표본감시 결과 올해 45주(11월 5~10일) RSV 감염증 입원환자 신고 건수는 586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달 전인 41주의 161건에 비해 무려 3.6배나 급증한 것이다.
 
RSV 검출률도 45주에 8.0%으로 41주의 2.7%에 비해 급격히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경남도의 경우 RSV, 독감 등 호흡기 바이러스 양성률(1종 이상의 바이러스가 검출된 환자의 비율)이 전국 최고 수준으로 집계돼 지역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최근 4주간 신고된 환자의 연령은 1~6세가 61.5%, 0세 이하가 33.1%로 전체 신고사례의 94.6%가 6세 이하 영유아였다.
 
김해복음병원의 서주영 소아청소년과장(전문의)은 "RSV는 사람에게 전염되는 인간 세포융합 바이러스의 일종으로, 감염될 경우 영유아들에게 모세기관지염이나 폐렴 등을 유발시킨다"며 "산후조리원이나 영유아 보육시설 등에서는 겨울철 RSV 감염증 전파 예방을 위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SV 감염증의 증상과 치료
RSV 감염증의 증상은 콧물, 기침, 재채기, 발열 등 감기와 비슷하다. 하지만 매우 빠른 속도로 쌕쌕거리거나(천명) 숨을 쉬기 곤란해하거나(호흡곤란) 얼굴이 창백해지면(청색증) RSV 감염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특히 뭔가 먹으려고 할 때 호흡이 가빠지는 상태가 흔히 나타난다.
 
서주영 과장은 "보통 감기는 코 증상이 초기에 나타나며 대체로 며칠 이내 호전되지만 RSV는 호흡곤란이 오거나 청색증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특히 생후 6개월 미만의 영아들은 50~75% 확률로 모세기관지염에 걸릴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모세기관지염이 발생할 경우엔 산소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게 돼 호흡곤란 등 위험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RSV는 특별한 치료제나 백신이 없기 때문에 감기처럼 바이러스가 소멸될 때까지 대증요법으로 치료한다. 증상에 따라 수액 공급 등 보존적 치료를 한다. 폐렴이나 모세기관지염 등의 중증 하기도 감염인 경우는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면역체계가 약한 아기들의 경우 2차 감염이나 다른 질병에 걸릴 수도 있다.
 
RSV 감염으로 입원한 영유아는 자란 뒤 천식이나 비정상적인 폐기능을 지니게 되는 경우가 많다. RSV는 또 1세 미만 유아사망의 주 원인으로, 인플루엔자 감염으로 인한 사망률보다 최대 2.5배나 높으므로 부모와 보육시설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대기오염도 RSV의 주 원인
RSV는 감염된 사람과의 직접적인 접촉이나 기침이나 재채기 또는 대화할 때 침방울을 통해 쉽게 전파된다. RSV는 장난감이나 수건, 사용한 휴지 등과 같은 일상 물건에서 수 시간동안 살아 있으므로 오염된 물품을 만진 손으로 눈, 코, 입 주위 등을 만졌을 때도 감염될 수 있다.
 
주요 감염경로는 신생아실이나 산후조리원에 방문하는 외부 방문객들이다. 바이러스를 보유한 외부인들이 씻지 않은 손으로 영유아를 안거나 접촉할 경우, RSV에 쉽게 감염될 수 있다.
 
RSV는 평균 기온이 낮고, 습도가 낮을수록 감염 위험이 더 높아지므로 영유아가 있는 가정은 특히 겨울철을 조심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0월부터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해 이듬해 3월까지 유행한다.
 
최근에는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이 RSV 감염증과 상관 관계가 있다는 논문이 학계에서 잇따라 발표돼 주의가 요구된다. 서 과장은 "RSV 유병률은 대기오염과 관련이 있다"며 "미세먼지, 이산화황 등 대기 중 오염물질의 농도가 높을 때 RSV 감염도 많아지는 현상에 대해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드시 손 씻고, 금연해야
RSV 감염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올바른 손 씻기를 생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흐르는 물에, 비누를 사용하여, 손가락 사이와 손톱 밑 등을 30초 이상 씻어줘야 한다.
 
무엇보다 씻지 않은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영유아들은 쇼핑몰과 같이 사람이 많은 곳, 특히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과는 접촉을 피하는 것이 좋다. 컵과 식기, 장난감 등 개인물품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흡연자와의 접촉으로 인한 소량의 간접흡연으로도 영유아들은 기관지가 손상되고, RSV 감염 확률도 높아진다. 때문에 흡연 후에는 절대 영유아와의 접촉을 피해야 한다.
 
서 과장은 "신생아 접촉 전후로는 꼭 손씻기를 실천하고 산후조리원에서는 호흡기 증상이 있는 방문객의 출입을 제한하는 등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며 "RSV 감염증은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방문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해뉴스 정상섭 선임기자 verst@gimhaenews.co.kr
 도움말 =서주영 김해복음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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