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에 거주하는 외국인주민을 위한 맞춤형 정책을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여론이다. 김해뉴스DB

 

경남 최다 2만명 거주 불구 조례·시스템 미비
다문화 지원본부·특구 지정 등 정착 지원 나서야


 
최근 김해 원룸 건물에서 불이 나 우즈베키스탄 국적 어린이들이 사망하거나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외국인 인구 2만 명에 달하는 김해의 외국인 지원 조례나 시스템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일 김해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등록 외국인은 1만 8433명이었다. 미등록 외국인(불법체류자)을 더하면 2만 명이 넘는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55만 김해 인구의 약 4%를 외국인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경남도내에서 가장 많으며, 전국에서도 일곱 번째로 많은 수치다.
 
이처럼 김해는 전국에서 손꼽을 정도의 '글로벌 도시'로 자리매김 하고 있지만 외국인과 관련된 법적인 기준이 없거나 두루뭉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국인 관련된 김해시 조례도 한 건뿐이다.
 
김해시는 2007년 '김해시 외국인주민 지원조례'를 제정해 시행해왔다. 이 조례에서 '외국인주민'이란 시 관내에 90일 이상 거주할 목적을 가지고 합법적으로 체류하면서 생계활동에 종사하는 외국인과 한국국적을 취득한 자와 그 자녀 및 한국어 등 한국 문화와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자를 말한다.
 
조례에 따르면 김해시는 외국인주민 지원시책 수립·결정 및 자문을 위해 '김해시 외국인주민지원시책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위원회 회의나 운영방식에 대해서는 정해져 있지 않아 유명무실해진 상황이다.
 
또한 조례에는 '세계인의 날'인 5월 20일 김해시에서도 세계인의 날 및 다문화 주간 행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2010년 개정 이후 한 차례도 김해에서 세계인의 날 행사가 진행된 적이 없다. 경남 진주시, 전남 광주시, 충북 영동군, 전남 영암군 등 김해보다 외국인 인구가 적은 도시에서도 매년 세계인의 날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해의 한 외국인기관 관련 종사자는 "외국인들이 행사를 진행하려고 해도 (시에서) 지원은커녕 장소를 대여해주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외국인 수에 비해 지원이나 관련 정책이 너무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해시에서 외국인을 담당하는 부서나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김해시에서 외국인주민이나 외국인노동자, 결혼이주여성, 다문화 어린이를 담당하는 부서는 시민복지국 여성가족과 가족지원팀 한 곳, 담당자도 한 명에 불과하다. 이 곳에서는 다문화가족과 외국인주민 자녀들에 대한 사업만을 다루고 있어 그 외 김해의 외국인들에 대한 현황 파악, 지원 등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김해 원룸 사고에서도 외국인 지원의 허점이 드러났다. 경남도와 김해시는 ‘긴급복지지원법’에 따라 우즈벡 가족들에게 생계비와 주거비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보험이 없거나 거주지가 불안정한 외국인의 경우 재난·사고에 대한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어 시민단체나 교회에서 성금을 모아 추가 지원을 해야만 했다.
 
반면 외국인 인구 8만 명의 경기도 안산시는 2009년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단원구 원곡동 일대를 다문화특구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외국인주민센터인 다문화지원본부를 만들어 외국인들의 사회 정착을 돕고 있다. 외국인 인구 약 1만 명인 천안시 역시 외국인을 위한 통역, 콜센터, 쉼터 등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김해이주민의집 수베디 여거라즈 대표는 "외국인주민 중에는 4년만 거주하는 근로자도 있고 수십 년간 거주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조례상 외국인주민은 90일 이상 거주자로 구분이 없다. 우즈벡 사고처럼 고려인 같은 동포들, 기간별 외국인주민 등 관련 정책과 지원을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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