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여년 전 심근경색 진단을 받아 관상동맥에 스텐트를 삽입한 A(82) 씨.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열흘 전부터 가슴에 둔탁한 통증이 있었지만 으레 그러려니 하고 무심하게 지났다. 그러다가 가슴 통증이 심해지고 쥐어짜는 듯한 느낌까지 와서 뒤늦게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의식을 잃고 중환자실에서 연명치료 중이다.

# 지난 주말 고향 마을의 초등학교 동창회에 참석해 친구들과 술자리를 즐겼던 직장인 B(45) 씨. 옛 추억을 안주로 삼은 술자리는 오랜만에 과음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일어나려는데 갑자기 머리가 핑 돌고 호흡이 가빠져 응급실을 찾은 결과 심장 박동이 불규칙적으로 뛰는 부정맥으로 진단됐다.


 



 환절기 맞아 심근경색, 심장마비 환자 급증
 40대 남성 주의해야… 환자 5년간 30% 증가
‘가슴 통증’ 있으면 즉시 119, 병원 찾아야
 시간과의 싸움… 금연 반드시, 예방효과 뚜렷 



■심혈관질환 원인은 동맥경화증 
낮과 밤의 기온 차가 큰 환절기를 맞아 숨이 차거나 가슴 두근거림,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심혈관 질환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면 신체는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혈관을 수축시키는데, 이때 혈관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일교차가 섭씨 1도씩 벌어질 때마다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2%씩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주말이나 연휴를 앞두고 과음을 한 후 부정맥, 심근경색 등 심혈관질환이 늘어나는 경향을 '휴일심장증후군'이라고 한다. 심장병이 없는 건강한 사람이라도 휴일에 폭음하는 경우 갑작스럽게 부정맥이 발병할 수 있어 특히 일교차가 큰 가을철에는 과음을 조심해야 한다.
 
갑작스런 사망으로까지 이어지는 급성 심근경색증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동맥경화증이다. 심장의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혈관의 지름을 좁게 만들면 혈류 장애를 일으켜 협심증을 일으키고, 완전히 막히게 되면 심근경색증을 가져오게 된다.
 
강일병원의 임수진 심장내과 부장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문제가 생기면 심장근육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평소 고지혈증이 있어 콜레스테롤과 같은 지방질이 혈관 벽에 쌓였거나 고혈압 등의 기저질환이 있다면 환절기 급성 심근경색을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흡연, 콜레스테롤이 주 위험요인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위험 요인은 관리가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으로 나눠진다. 관리가 불가능한 위험인자는 나이와 성별, 가족력 등이다. 나이가 많을수록(남자 45세·여자 55세), 여자보다 남자가, 가족 중에 심장병을 앓은 사람이 위험성이 높아진다.
 
반면 흡연과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 비만 등은 심혈관 질환과 뚜렷한 상관성을 보이면서도 관리가 가능한 위험인자다. 특히 금연의 혈관질환 예방효과는 분명하다. 연구 결과 심근경색증을 경험한 환자에서 금연에 성공한 사람은 계속 흡연자에 비하여 사망률이 36%나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연에 의한 혈관질환 예방 효과는 금연하자마자 급속히 생기며, 금연 후 10~15년이 지나면 비흡연자와 비슷하게 된다.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저밀도 지잘단백(HDL) 콜레스테롤을 40㎎/dL 미만으로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30㎎/dL로 낮추면 심장질환 위험이 3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지혈증 환자는 생활습관 교정을 반드시 해야 하는데 그 근간은 식습관의 변화이다. 포화지방산이 많은 달걀 노른자, 오징어, 육류의 내장, 가금류의 껍질 부위 등 고콜레스테롤 식품의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좋다.


■증상 있으면 빨리 병원 찾아야
문제는 협심증, 심근경색 등의 발생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허혈성 심장질환은 아시아 지역의 30~49세 사망원인 중 가장 비중이 컸다. 허혈성 심장질환은 2000년 30~40대 사망원인 2위에서 2016년 1위로 올라섰다.
 
우리나라 역시 40대부터 허혈성 심장질환을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분석에 의하면 급성 심근경색 진료 인원 10명 중 1명은 40대로 나타났다. 특히 40대 남성 환자는 2012년부터 2017년 사이 5년간 약 29% 증가했다.
 
임수진 부장은 "40~50대의 돌연사는 대부분 심혈관 질환에 의한 것"이라며 "협심증, 심근경색 등을 노인성 질환으로 치부하지 말고 40대부터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 등을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심장질환의 증상을 잘 기억하고 가급적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다. 30분 이상 지속되는 가슴통증과 함께 땀이 날 때는 급성 심근경색을 강력히 의심해야 한다. 이 경우 지체하지 말고 119에 연락해 혈관 확장술이 가능한 병원으로 가야한다. 임 과장은 "심장질환은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증상 발생후 20분 이내, 최대 1시간 안에 병원을 찾아야 심근 괴사를 최대한 막을 수 있으므로 개인의원, 약국 등에서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정상섭 선임기자 verst@


 도움말 = 임수진 강일병원 심장내과 부장(전문의)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