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하동군 북천면 한 야산에서 A(60) 씨가 벌초를 하다가 벌에 쏘여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는 양팔 등 19군데에 벌에 쏘인 흔적이 남아 있었다.

성묘철을 맞아 벌초를 하다가 벌에 쏘이는 사고가 잇따라 주의가 필요하다. 강원 태백에서도 벌초를 하던 남성이 말벌에 얼굴을 쏘여 숨졌다. 이처럼 벌초를 하다 벌이나 뱀에게 해를 입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야생 진드기로 인한 중증열성 혈소판감소증후군(SFTS), 쯔쯔가무시 등 전염성 질환도 유의해야 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즐겁고 건강한 추석 연휴를 위해 벌초와 성묘 시 주의해야 할 사항들을 살펴본다.

 

▲ [사진 합성=연합뉴스]

 

소방청 ‘벌 쏘임 주의보’ 발령
땅 속 숨은 말벌집 조심해야
감염병 백신 없어 예방이 최선



■벌쏘임 주의보 발령

소방방재청은 추석을 앞두고 본격적인 성묘철을 맞아 지난 10일 '벌 쏘임 주의보'를 발령했다. 벌초, 제초작업, 성묘 등을 할 때 벌 쏘임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경남 1명 등 올해에만 5명에 달한다.
 
공격성과 독성이 강해 특히 위험한 말벌은 땅 속에도 집을 짓기 때문에 눈으로 찾기가 어렵다. 따라서 벌초를 시작하기 전에 나뭇가지 등으로 풀섶을 두드리거나 흙을 뿌려 벌집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벌에 쏘이면 처음에는 아프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붓고 시린 느낌이 든다. 벌에 쏘였을 때는 신용카드 같은 물건으로 쏘인 곳 근처 살을 눌러서 벌침을 뽑아낸 뒤 진통소염제나 연고를 발라주고 얼음찜질로 부기를 가라앉힌다. 상처에 침을 바르면 구강 내 세균이 감염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벌에 쏘였을 때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과민반응성 쇼크(아나팔락시스 반응)가 일어나면서 혈압이 떨어지고 목이 부어 질식할 위험에 놓이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편안하게 앉힌 뒤 옷을 느슨하게 풀어 숨을 잘 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신속하게 119로 응급구조를 요청해야 한다. 어지러움, 구토 등 증상이 지속되거나 알러지 반응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한다.

벌 쏘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긴 옷과 장화, 장갑, 모자 등이 필수다. 김해소방서 관계자는 "벌을 유인할 만한 향수, 화장품, 요란한 색깔의 의복은 피해야 한다"며 "벌이 가까이 접근하면 벌이 놀라지 않도록 천천히 낮은 자세를 취하면서 20m 이상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뱀도 조심해야 한다. 뱀은 가을에 번식기에 접어들기 때문에 다른 계절보다 공격성이 강하고, 독성도 훨씬 강하다.
 
만약을 위해 벌초를 할 때는 두꺼운 등산화를 신는 게 좋다. 뱀에 물렸을 경우 독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물린 부위를 심장보다 낮게 하고 가능한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또 물린 곳에서 5~10㎝ 위쪽을 끈이나 고무줄, 넓은 천 등으로 묶은 뒤 가능한 빨리 병원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가을철 감염병 위험
벌초나 성묘 시 주의해야 할 또 하나의 위험요인은 진드기와 들쥐 등을 통해 감염되는 중증 열성 혈소판감소증후군(SFTS)과 유행성 출혈열, 쯔쯔가무시 등 전염성 질환이다.
 
쯔쯔가무시는 전체 환자의 90% 이상이 가을철에 발생한다. 지난해에는 1만528명의 환자가 보고됐고, 올해는 지난달까지 1364명이 발생해 이 가운데 8명이 사망했다.
 
쯔쯔가무시는 야산의 잡목에 사는 쯔쯔가무시균에 감염된 털진드기 유충에 물릴 때 발병하므로 벌초나 성묘 시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고열, 오한, 근육통, 인후염, 검은 딱지(가피) 등이 주요 증상이다. 야외활동 후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거나 검은 딱지가 있을 경우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
 
벌초 등 숲에서의 야외활동, 농사일 등을 할 때 참진드기에 물려 생기는 SFTS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고열과 함께 혈소판 감소증을 일으키는 SFTS는 치명률이 40%에 달한다.
 
쯔쯔가무시와 SFTS는 아직 예방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특히 위험하다. 최선의 예방법은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다. 성묘, 벌초 시 풀밭 위에 옷을 벗어두거나 누워서 쉬는 것을 최대한 피하고 가급적 돗자리 등을 사용하도록 한다.
 
유행성 출혈열은 들쥐의 폐에 있는 바이러스가 배설물을 통해 배출된 뒤 사람의 호흡기로 전파,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3주의 잠복기를 거쳐 초기에는 갑자기 시작되는 발열, 오한, 두통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방치하면 호흡부전, 급성 신부전증, 저혈압, 쇼크 등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가을철 감염성 질환을 막기 위해서는 벌초나 성묘 후 귀가하면 바로 전신 목욕을 실시하고 옷은 모두 세탁해야 한다. 만약 이후 1~3주 사이에 고열, 오한,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전염성 질환을 의심하고 즉시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김해뉴스 /정상섭 선임기자 ver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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