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다정 씨가 애견 '애기'를 안고 사진을 찍고 있다.

 

개 사랑으로 6년 전 애견숍 알바
갈 곳 없는 푸들 '애기'와 가족돼
사람 마음 살피는 모습에 위로



"어릴 때부터 강아지를 유난히 좋아해서 강아지를 키우자고 부모님을 여러 번 졸랐지만 번번이 실패했어요. 그러나 막상 '애기'를 키우게 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어요. 이제는 애기 덕분에 집안에 웃음꽃이 넘쳐나요."
 
김해시 서상동 전다정(28) 씨의 집을 들어서면 5살 된 수컷 푸들 '애기'가 가장 먼저 사람들을 반긴다. 껑충껑충 반가운 환영에 인사를 받는 사람들의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전다정 씨의 부모님을 비롯해 오빠와 동생까지, 다섯 식구가 함께 살고 있지만 애기를 입양하면서사람 사는 재미가 더해졌다고 한다.

▲ 애견용 수상조끼를 입은 ‘애기’.

처음부터 가족들이 애기를 반겼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전다정 씨는 어릴 때부터 길거리의 강아지, 애견숍을 그냥 지나치지 못할 정도로 강아지를 좋아했다. 중학교 시절에는 거리를 떠도는 유기견이 딱해 집에 데려온 적도 있었지만 한 생명을 책임지고 보살피기에는 전 씨가 아직 어리다고 판단한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혀 포기해야만 했다. 설상가상으로 전 씨의 아버지는 기관지계가 안 좋아 털이 많이 날리는 강아지를 키울 수 없다는 완강한 입장이었다.
 
그러다 6년 전 전 씨는 친구의 소개로 김해의 한 애견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평소 좋아하는 강아지를 마음껏 만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몇 달 뒤 애견숍이 급하게 문을 닫으면서 전 씨와 강아지들의 인연도 끝이 나는 듯했다. 전 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빈 애견숍을 찾았고 그곳에는 6개월 된 푸들 남매 두 마리가 남아 있었다. 분양이 안 된 이들이 갈 곳이 없다는 말에 동물병원에 함께 일했던 애견미용사와 전 씨는 푸들을 한 마리씩 나눠서 키우기로 했다.
 
부모님은 강아지를 키우겠다는 전 씨의 말에 반대하는 듯 보였지만 결국은 전 씨의 간절함이 통했다. 전 씨는 강아지를 책임 지고 잘 키우겠다고 굳게 약속을 했고, 부모님 역시 성인이 된 딸을 믿었다. 다행히 푸들은 털이 잘 빠지지 않는 견종이어서 털 날림에 대한 부모님의 걱정도 갈수록 줄어들었다.

▲ 물놀이 중이 전 씨와 ‘애기’.

이 푸들은 전 씨가 붙인 '애기'라는 이름처럼 가족들에게 애교를 선보여 곧 온 가족의 마음을 사게 됐다. 당연히 전 씨와는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전 씨는 "푸들은 강아지 중에서도 영리하고 교감 능력이 뛰어나 정신적으로 힘든 사람을 도와주는 견종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애기도 내가 힘들거나 화가 났을 때 이를 바로 알아차리고 애교를 부리며 위로해준다. 사람들도 잘 모르는 마음을 알아주고 힘이 되는 애기 덕분에 많이 웃고 힘을 많이 얻는다"고 말했다.
 
개의 수명이 사람보다 짧기 때문에 언젠가 애기를 먼저 떠나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할 때면 전 씨의 마음이 벌써 먹먹해진다. 그래서 앞으로의 시간이 더 소중하다. 전 씨는 "애기가 세상을 떠날 때 '정말 행복했다'고 삶을 추억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앞으로 더 애기에게 잘 해주고 좋은 시간을 많이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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