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노동부는 일반고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업훈련 위탁과정을 운영한다. 올해 미용 분야에 참가하는 학생들이 위탁기관인 김해 감미화미용학원에 모여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고용부, 일반고 특화과정 운영
김해 미용 위탁교육기관 '인기'
학생들 유명 헤어디자이너 꿈꿔



"사람마다 좋아하는 것이 다르고 잘하는 것도 다르잖아요. 본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고 거기에 몰두하는 게 시간을 버는 일인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을 빨리 찾아내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데, 그런 점에서 저희는 굉장히 운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영하의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5일 김해 서상동의 한 미용학원을 찾았다. 20여명의 학생들이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모두 예비고3 학생들이다. 이들은 3월부터 '일반고 특화 직업능력개발훈련'에 참가하며 학교가 아닌 이곳에서 수업을 듣게 된다. 
 
일반고 특화과정은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직업훈련 위탁과정이다. 진학이 아닌 취업을 희망하는 일반고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항공기 정비, 드론조정, 제과제빵, 미용 포함 65개 직종의 직업인을 양성한다. 훈련비는 무료, 훈련장려금도 지원된다.
 
김해가야고에 재학 중인 김현지(17) 양은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하기 어렵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실력을 쌓는 게 더 좋을 것 같았다. 결국 평소 관심이 많았던 미용을 선택하게 됐다. 부모님도 믿고 응원해주신다"며 웃었다.
 
다른 참가자 박효인(17) 양은 "부모님의 첫 반응은 '그래도 대학은 가야한다'는 것이었다. 긴 시간 위탁교육에 대해 알아보고 부모님을 설득했다. 마침내 공감해주셨다. 가끔 엄마가 모임에 나갈 때 메이크업을 해드리면 친구 분들이 칭찬을 해 주신다"며 뿌듯해 했다.
 
경남지역에서 미용분야 위탁과정을 담당하는 기관은 두 개이며, 그 중 하나는 김해에 있는 감미화미용전문학원이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서류와 면접 전형을 거쳐 참가학생들을 선발했다. 창원, 거제, 하동 등 경남 전역에서 많은 지원자들이 몰려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동 출신인 이연준(17) 군은 김해에서 혼자 지내며 이번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그는 지난 학기에 창원의 한 대학에서 6개월간 위탁교육을 받았다. 이달 초에는 김해중부경찰서를 방문해 의경들의 머리를 무료로 깎아주는 봉사활동에도 참여했다. 
 
이 군은 "의경 형들이 머리가 마음에 든다며 좋아해서 기뻤다. 내일은 홀몸어르신들의 머리를 해드리러 선생님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간다. 대성동에서 혼자 자취하며 학원을 오가고 있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힘들지 않다"며 씩씩하게 말했다. 
 
학생들은 종종 서로의 머리를 잘라주기도 하고 실습의 대상이 돼 주기도 한다. 
 
김해율하고 재학생 임민규(17) 군은 "얼마 전 친구의 머리를 다듬어 준 적이 있다. 긴 머리 여학생이었는데 머리끝 상한 부분만 잘라달라고 했다. 오른쪽, 왼쪽을 오가며 자르다 보니 양쪽 길이가 맞지 않아 단발까지 잘랐다. 그 친구는 괜찮다고 했지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학생들은 올 3월부터 매일 학교가 아닌 감미화미용전문학원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오전 9시 30분~오후 5시 40분 수업이 진행된다. 헤어미용 이론과 실기, 직업기초능력, 인성프로그램 등의 교육을 받는다. 참가자들은 12월 수료와 동시에 취업을 하게 되며, 군 입대를 원하는 학생들은 해군 이발병으로 지원할 수 있다.
 
이번 일반고 특화과정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공부'를 선택하진 않았지만 '꿈'을 꾸는 청소년들이다.
 
김현지 양은 "올해 목표는 미용사 일반 국가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다. 1400시간을 수료하면 필기시험이 면제된다. 열심히 하면 실기도 어렵지 않을 거라 예상한다. 미용 쪽은 해외진출의 문도 넓다고 들었다. 영어공부를 병행해 해외경험도 쌓고 싶다"며 구체적인 꿈을 밝혔다. 박효인 양은 "졸업 후 수도권의 대형 미용실에 취직해서 많이 보고 배울 것이다. 그리고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억대 연봉을 받는 헤어디자이너가 될 것"이라며 포부를 드러냈다. 

김해뉴스 /이경민 기자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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