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세훈 마르떼 대표

우리나라는 세계 3대 뮤지컬시장이다. 뮤지컬의 성지이자 본고장인 미국의 브로드웨이, 영국의 웨스트앤드와 더불어 우리나라는 세계 뮤지컬시장을 이끌어 가고 있다. 뮤지컬시장을 포함한 국내 공연시장은 8000억 원 규모다. 통계에 따르면 연간 약 3만 8000건의 공연과 10만여 회의 공연 횟수를 기록하고 있다. 해가 거듭할수록 공연시장의 규모는 점점 거대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이로운 기록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부끄러운 숫자에 주목 할 필요가 있다. 바로 '29.6'이다. 이 숫자는 유료관객 비중이다. 다시 말하면 지난 1년간 각 공연에서 표 값을 내고 온 관람객 평균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2008년 2440개이던 공연단체는 2015년 2293개로 감소했다. 공연단체 종사자는 2008년 8만 517명에서 4만 9663명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러한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우리나라 관객들은 '초대권'이라는 유혹에 젖어 있다. 혹시 초대권이 있지 않을까 하면서 여러 지인들을 동원해 어떻게든 받아내려 노력한다. 심지어 예술단체들도 힘들게 준비하고 연습한 공연의 객석이 비워져 있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표에 적혀 있는 제값을 받을 생각은 애초 못하고 거의 공짜 수준의 금액으로 표를 뿌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공연시장이 걱정이 됐는지 수 년 전부터 국가가 나섰다. '문화예술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예술단체에게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여기에도 어두운 단면이 있다. 국가 지원을 받고 있는 단체들의 객석 점유율 평가가 오히려 악이 되는 것이다. 국가 지원을 받으려면 객석을 채워야 하고, 그러려면 무료초대권을 생산해야 한다. 스스로 목을 조를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국가의 문화예술 지원이 낳은 부작용이다. 
 
내년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은 5조 1730억 원이다. 올해보다 5241억 원 늘었다. 이렇게 예산은 늘지만 100여 개 이상의 공연단체와 3만 명 이상의 예술인들은 사라지고 있다. 지속발전 가능한 자생예술단체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지속발전 가능한 자생예술단체란 말 그대로 어떠한 지원이나 도움 없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단체를 말한다. 이런 단체가 되기 위해서는 질적으로 우수한 공연 콘텐츠 개발능력, 제작기획력, 공연 마케팅 등 공연 전반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밖으로는 공연 티켓 시스템의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많은 예술단체들과 예술인들이 항상 고민하지만 참 어려운 일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아주 작고 아주 오랜 기간이 걸리지만 영향력 있는 작은 해결책을 조심스레 제안해 본다.
 
학생들이 공연표를 사서 관람하면 문화예술캠페인으로 인정해 1시간의 봉사시간을 주는 것이다. 지역기업과 연계해 패스트푸드 할인쿠폰이나 문화상품권 혹은 공연할인권과 같은 쿠폰 및 바우처 등으로 지급하게 할 수도 있다. 이런 구조는 학생들에게 '문화가 곧 경제적 이익'이라는 개념을 심어주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으로 스탬프, 적립식카드 등을 만들어 이용하거나, 장기적으로는 '청소년 예술공연 포털시스템'을 구축해 청소년 예술캠페인봉사시간을 관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지역 예술단체들은 청소년들을 위해 질 높은 공연을 만들 것이고, 지속발전 가능한 예술활동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최근까지 우리는 영화 불법다운로드를 걱정했다. 저작권 인식이 낮았던 탓에 막대한 제작비로 만든는 영화를 특정사이트에서 공짜로 볼 수 있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었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많은 노력과 영화산업계의 전반의 노력 덕분에 IPTV, 모바일 등 VOD 콘텐츠서비스를 제공하는 OTT 시장이 활성화됐다. 지금은 연간 5000억 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이처럼 공연 유료입장 문화를 형성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작은 노력들이 지역예술단체가 자생할 수 있는 힘을 키우게 하고 사회적으로 큰 변화를 불러올 거란 확신을 조심스레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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