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태우 김해뉴스 사장

<김해뉴스>는 지난 2014년부터 해마다 '허웅 선생 추모 한글 사랑 생활수기 공모전'을 열고 있습니다. 올해는 초등부, 중학부, 고등부, 늦깎이부, 여성부로 나눠 지난 9월 1일~10월 27일 작품을 공모했습니다. 지난주 한글학회 하치근 이사 등을 모셔 심사를 실시해 당선작을 확정했습니다. 이번 주 중에 <김해뉴스> 회의실에서 시상식을 거행할 예정입니다.
 
허웅 선생은 김해 출신의 세계적 한글학자입니다. 그는 자주적·자립적 국어학의 초석을 놓은 주시경, 국어문법의 체계를 세우고 애국적 계몽주의 국어학을 확립한 최현배에 이어 국어학을 언어과학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세계적인 학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허웅 선생은 김해보통학교(현 김해동광초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김해를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한 그는 40년 전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내 고향은 경남 김해입니다. 옛날 가락국의 서울이었던 김해입니다. (중략) 나는 내 고향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자랐습니다. 첫째 자랑거리는 거기가 옛 서울이라는 것, 그래서 김수로왕의 왕릉이 읍내 한가운데 있고, 북으로는 허왕후의 왕릉이 있다는 것입니다."
 
내년은 '김해의 자랑'인 허웅 선생이 탄생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는 1918년 7월 26일 동상동 965번지에서 태어났습니다. 서울에 있는 한글학회는 이렇게 뜻깊은 해를 맞아 내년 중 '허웅 탄생 10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열 계획이라고 합니다. 편리성으로 보면 서울에서 여는 게 좋지만, 허웅 선생 행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향 김해에서 개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한글학회는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뿐입니다. 정작 허웅 선생의 고향인 김해에서는 조용합니다. 김해시가 '박물관 도시 김해' 사업의 하나로 예산 20억 원을 들여 외동 나비공원에 한글박물관을 만드는 것 말고는 허웅 선생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은 게 하나도 없습니다. 김해시 공무원들이 허웅 선생 탄생 100주년 사실을 알거나 그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와는 극명하게 대조적으로 통영시는 세계적 음악가 윤이상 선생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통영은 물론 서울, 경기도 파주 등 전국 곳곳에서 성대하게 열고 있습니다. 그는 1917년 9월 17일 통영에서 태어났습니다. 
 
지난 8~9월 전국에서 굵직한 공연 10여 개가 서울과 통영에서 열렸습니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통영국제음악당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윤이상을 대표하는 교향곡 '예악'과 '무악'을 연주했습니다. 지난달과 이달 초에는 '윤이상 국제음악콩쿠르'가 펼쳐졌습니다. 지난 4일에는 서울 광화문 인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렉쳐콘서트 '윤이상, 동백림의 동백나무'가 열렸습니다. 올해 윤이상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는 이 콘서트로 절정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통영은 인구 13만여 명에 연간 예산은 5118억 원입니다. 인구(54만여 명), 예산(1조 2885억 원)에서 김해의 절반도 안 됩니다. 이런 통영시도 전국의 관심을 끌면서 진행하는 '100주년 행사'를 김해시는 왜 못하는 걸까요. 김해시는 지역이 낳은 근·현대 최고의 인물인 허웅 선생 탄생 100주년을 이대로 은근슬쩍 넘겨 버리려는 것일까요. 말로는 '가야왕도' '관광도시' '역사가 살아 숨쉬는'이라고 외치면서 정작 김해를 국내·외에 널리 알릴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도 마치 남의 일인 양 수수방관하는 김해시를 보면 답답해지는 게 저만의 심정인가요.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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