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클래스 정주영 대표가 차량 외장 관리용품을 설명하고 있다.

 
정비업 부친 덕분 차량에 관심
세차하다 생긴 얼룩 보고 착안
외장 관리용품 회사 차려 성공



"한 번 세차를 시작하면 4~5시간씩 차를 닦고 광을 냈어요. 지저분한 차가 반짝반짝하게 변하면 기분이정말 좋았습니다. 깨끗해진 차를 타면 자신감이 저절로 생겼죠. 조금 더 나은 세차용품으로 더 깨끗이 세차하고 싶다는 욕심이 창업까지 이어졌습니다."

어방동의 한 차량용품점. 정장을 차려입은 한 남성이 열심히 비싼 외제차 한 대를 닦고 있다. '더 클래스'의 정주영(27) 대표다. 사무실 안은 종이상자, 차량용품 등으로 복잡하다. 직원 4명이 분주히 손을 움직이며 배송 나갈 제품을 종이상자에 정성껏 포장한다.

더 클래스는 차량 외장 관리용품을 판매하는 업체다. 2015년 12월 사업자등록을 마쳤다. '딥 클리너', '하이브리드 코트', '글래스 코트', '세라믹 코트' 등 낯선 이름의 세차용품들이 사무실 수납장 위에 얹혀 있다. 정 대표는 화장품에 비교하며 세차용품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딥 클리너는 차량 외장용 세정제입니다. 벌레, 새똥, 스티커, 타르 등을 한 번에 지울 수 있어요. 여성들이 매니큐어를 바른 뒤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바르는 '탑코트'와 같은 제품이 하이브리드 코트입니다. 이 제품에는 유리막 코팅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차량에 바른 뒤 물만 뿌려도 먼지 등이 떨어져 나갑니다."

김해 출신인 정 대표는 김해건설공업고등학교 자동차학과를 자퇴하고 부산 국제영화고등학교 영상연예과를 졸업한 뒤 인제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 진학했다. 그는 자동차 정비업을 한 아버지 덕에 어릴 적부터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다. 직접 자동차 부품을 조립하고 뜯어보기도 했다. 그의 부친은 정비업과 함께 세차도 했다. 그는 고등학생 때 부친을 도와 세차를 하기도 했다. 몸은 힘들어도 더러운 차가 깨끗해지는 걸보면 정말 기분이 좋았다고 한다.

정 대표는 대학 생활이 지루했다. 군대를 제대하고 돌아온 뒤 마음을 굳게 먹고 밤낮없이 학과 생활에 매진했지만 학점은 별 볼일 없게 나오기 일쑤였다. '나를 전혀 모르는 환경에서 새롭게 한 번 살아보자'고 결심한 그는 무작정 학교를 휴학한 뒤 서울로 갔다. 부모는 반대했다. 자동차 정비업을 하는 부친은 일을 물려받길 원했다.

생활비조차 없었던 정 대표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대학생 대출'을 검색해 500만 원을 빌렸다. 그는 "살기 위해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보험사, 외식업체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빚은 1000만 원으로 불어났다. 그러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오티앤씨 김은우 대표의 비서로 일을 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정 대표는 김 대표의 비서로 활동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김 대표가 사업을 어떻게 하는 건지, 리더의 역할은 무엇인지를 많이 알려줬다는 것이다. 빚을 갚아야 하는 힘든 상황에서 아버지와 같은 김 대표의 조언은 그에게 큰 힘이 됐다. 그는 1년 여 만에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2014년 4월 복학했다.

정 대표는 '남이 시키는 일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라는 고민을 안고 다니다 학교 링크사업단의 창업프로그램 관련 홍보지를 보고 냉큼 달려갔다. 처음에는 모든 스마트폰 기기에 쓸 수 있는 스마트폰케이스를 개발했다. 하지만 실패였다. 정부 창업지원을 받으려고 아이디어를 발표하면 "창업 꿈은 접고 취업이나 하라"는 핀잔을 들었다.

계속되는 실패로 실의에 빠져 있을 때마다 그는 차를 닦았다. 유난히 습도가 높던 날 머리를 식히기 위해 세차를 할 때였다. 차에 왁스칠을 했는데 얼룩이 생겨버렸다. 차량 외장 관리업체에 갔더니 차에 묻은 얼룩을 지우는 데 수백만 원이 든다고 했다. 그때 '시중에 판매되는 세차용품의 단점을 보완해서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곧바로 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모아둔 돈으로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에는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 시험분석을 하고 시제품을 개발했다. 통장 잔고는 금세 바닥을 보였다. 그는 다시 한 번 은행에서 5000만 원을 대출받았다.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끝에 마침내 지난해 10월 '하이브리드 코트' 개발에 성공했다.

정 대표는 제품 개발만 생각하다 판매를 고려하지 않았다. 그는 "어떻게 제품을 홍보할 건지 고민을 하지 않았다. 제품도 만들고 온라인 판매처도 다 꾸려놨는데 제품을 알릴 방법이 없었다. '이제 망하면 진짜 죽는다'는 생각에 해결방법을 찾으려고 발버둥을 쳤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밤잠을 못 이루며 고민하다 인터넷 동영상 공유서비스 유튜브에서 '모트라인'이라는 채널을 찾았다. 자동차를 직접 타 본 뒤 탑승기를 여과 없이 설명하는 채널이었다. 모트라인은 그에게 한 줄기 빛이 됐다. 그는 모트라인과 협력하여 브랜드 및 제품 홍보에 힘썼다. 영상이 올라가자 월 매출이 3000만~4000만 원으로 늘어났다. 그는 이후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고, 그의 회사는 차량 외장관리용품 전문 업체가 됐다.

정 대표는 "평범하게 살려는 사람에게 창업을 하라고 권하는 것은 독을 마시라는 것과 같다. '멋지니까, 돈을 많이 버니까'라면서 창업에 뛰어드는 사람은 말리고 싶다.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만들며 하고 싶은 일을 찾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창업에 도전해 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