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평화교육훈련원 박윤서 부소장은 지난 23일 김해교육지원청 주최로 봉황초에서 특별강연을 했습니다. 학부모, 교사 60여 명이 모였습니다. 주제는 '아이들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미래와 마을 만들기'였습니다. 김해교육지원청이 추진하고 있는 김해행복교육지구 '회복적 도시 만들기' 프로젝트의 하나였습니다. 강의 내용을 요약해 소개합니다.


 

▲ 한국평화교육훈련원 박윤서 부소장이 지난 28일 봉황초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박윤서 한국교육훈련원 부소장
봉황초서 ‘평화로운 마을’ 강연
“피해자 회복·당사자 화해 강조를”



저는 박윤서라고 합니다. 한국평화교육훈련원 부소장입니다. 미국 이스턴 메너나이트 대학교에서 갈등전환학 석사를 취득했고, '회복적 생활교육' 분야의 전문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강원도 춘천지방법원 화해권고위원, 언론중재위원회 갈등조정연수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학교뿐 아니라 공동체의 크고 작은 갈등을 평화롭게 풀어가기 위한 방향으로 '회복적 정의'와 '공동체성의 회복'을 제시합니다.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학교에서 누군가를 괴롭히면 '선생님한테 혼나요'라는 대답 대신 '누가 힘들어요'라고 말하는 분위기를 만들면 '회복적 정의'에 기반한 '회복적 도시'로 나아가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사회와 학교는 폭력, 집단 따돌림 등 학교에서 일어나는 갈등 해결 과정에서 가해자를 찾아 처벌하는 데에만 집중하는 '응보적 정의'에 매몰돼 피해자의 회복과 당사자 간의 화해를 제대로 이루지 못했습니다.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피해자 치유를 중심에 두는 '회복적 정의'가 필요합니다.
 
저는 법원과 같이 일하면서 학교폭력을 많이 다뤘습니다. 아이의 갈등이 학부모의 감정싸움으로 번지면 학교현장에서 해결되지 않고 법원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해학생은 법원 판결 이후 학교로 돌아오지만, 갈등이 종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학생은 불안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방식으로는 피해를 회복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깨어진 관계를 악화시킬 뿐입니다.
 
사회는 갈등 해결 과정에서 잘못한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응보적 정의'를 통해 사회를 통제하는 데 급급합니다. 가해자는 피해자에게가 아니라 처벌권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악어의 눈물'을 짓는 모순된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제는 갈등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해하고, 어떻게 해결하고 조화시킬지 고민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 엘마이라 마을에서 벌어진 사건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보호관찰관 마크 양치와 데이브 월스가 비행 청소년을 '회복적 정의'에 기반한 방식으로 공동체에 복귀시켰던 사례입니다.
 
1974년 어느 날 밤, 엘마이라 마을의 10대 청소년 두 명이 술을 먹고 난동을 부려 22가구의 유리창을 깼습니다. 집안 집기가 파손되고, 자동차가 펑크 나기도 했습니다. 양치와 월스는 이들에게 처벌 대신 자신들이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피해가정을 돌며 듣게 했습니다. 문제를 일으킨 두 청소년은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됐고,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됐습니다. 이들이 무심코 저지른 행동 때문에 어떤 주민은 출근에 늦어 중요한 회의를 놓쳤다고 합니다. 다른 주민은 먼저 세상을 떠난 막내아들의 유물인 도자기가 깨졌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마을주민들은 이들의 사과를 기꺼이 받아들였습니다. 그들이 건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역신문에 인생계획서를 실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두 청소년 중 한 명은 나중에 유명한 범죄학 박사가 됐습니다.
 
엘마이라 마을 사례처럼 피해를 회복시키는 건 공동체의 책임입니다. 갈등을 일으킨 가해자를 무조건 처벌하기보다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문제를 직면하게 하고, 가해자가 피해자의 상황을 공감하게 하는 게 우선입니다. 이를 통해 가해자가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하면 자연스럽게 잘못을 수용하게 되고, 이때 비로소 피해자의 용서와 상호 화해가 가능해집니다. 인과응보, 사필귀정으로 요약되는 '응보적 정의' 대신 반성, 성찰, 치유가 중심이 되는 '회복적 정의'가 좀 더 확산돼야 합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엄벌주의에 순응하며 살아갑니다. 응보적 정의에 기반한 엄벌주의는 '잘못을 인정하는 건 바보다', '걸리지만 않으면 문제없다'는 식의 왜곡된 정의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나의 잘못 때문에 누군가 힘들어진다는 점을 알게 하고 관계를 회복하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한 '회복적 생활교육'의 중심에 학교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사회 공동체가 있어야 합니다. 

김해뉴스 /심재훈 기자 cycl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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